부시, 이라크정권 비군사적 교체 시사

  • 입력 2002년 8월 22일 13시 42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1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 체제를 비 군사적 방법으로 교체하겠다는 뜻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향리인 텍사스주 크로포드 목장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른바 '서부 백악관'에서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 및 군 수뇌부가 참석한 가운데 국가안보대책회의를 주재한뒤 "체제 교체의 방법이 논의의 대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 체제 교체는 세계의 관심사"라면서 "나는 참을성이 있는 사람이며 우리는 (체제 교체를 위해) 모든 선택방안과 기술, 외교를 감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22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그는 이어 우방국들이 반대하는 경우 미국이 단독으로 이라크와 전쟁을 벌일 생각이냐는 질문에 "대책회의에서 이라크전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라면서 "이라크를 상대로 행동을 하기 전에 다른 나라 및 의회와 협의하겠다"고 말해 이라크 공격 소문을 잠재우려는 태도를 보였다.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한 나라 가운데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힌 나라는 영국 독일 프랑스 바레인 등이다.

전쟁 준비가 중대한 국면에 이르렀느냐는 질문에 부시 대통령은 "그 지역의 군사작전 책임을 맡은 토미 프랭크스 중부사령관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우회적으로 부인했다.

부시 대통령이 완곡한 용어를 써가며 전쟁이 아닌 다른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강조한 반면 공화당 톰 딜레이 하원 원내총무(텍사스주)는 이날 휴스턴에서 연설을 통해 "후세인 대통령은 사려져야 한다"면서 이라크와의 전쟁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미국과 부시 대통령은 비판에 너무 신경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USA 투데이는 딜레이 의원의 발언은 사실상 이라크에 대한 전쟁선포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이라크에 알 카에다 잔당이 숨어있다"고 강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라크와 알 카에다가 연계돼있다는 주장에는 이라크에 대한 공격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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