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은 틀렸다

  • 입력 2002년 8월 22일 15시 05분


조지 오웰이 소설 '1984년'에서 보여줬듯이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빅 브라더(Big Brother)사회'를 만든 것은 국가가 아니라 사람들 스스로라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에서 주장했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편리함과 보안을 위해 매일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면서 사생활이 조금씩 노출되는 것은 크게 개의치않는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스마트카드 고객카드 현금인출기 등은 이미 필수품이다시피 됐고 몰래카메라는 현실TV(Real TV)라는 텔레비전 인기오락장르를 낳았다.

보안을 위해 사생활을 포기해도 좋다는 대중의 의지는 매우 강력하다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이달 미 플로리다의 정보보안회사 ADS는 위성과 휴대전화를 이용해 애완동물이나 아이들의 움직임을 감시할 수 있는 위치추적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어린이 유괴를 염려하는 많은 부모들이나 어쩌면 "남편 클린턴은 가두기 힘든 개"라고 여기고 있을 힐러리 여사도 이 장치를 열렬히 환영할지 모른다고 이 잡지는 내다봤다.

보안에 대해서만큼 의식적이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편리함과 사생활을 맞바꾸고 있다.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은 돌아다닌 시간과 장소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셈이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통화상대와 시간 뿐 아니라 자신의 위치까지 고스란히 휴대전화 업체의 기록에 남게 된다. 신용카드 사용은 말할 것도 없다. '숨길 것이 없다'고 여기는 많은 사람들은 이정도의 사생활 노출을 감수하고 일상의 편안함을 택할 것이다.

"이제는 역설적이게도 국가만이 상업 보안 등의 목적으로 수집된 개인자료가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한규정을 마련해 '빅 브라더'로부터 인권을 보호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사생활을 희생시키지 않으려는 소수의 사람들조차 일상의 불편함과 불안을 견딜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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