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이라크 공격 앞서 외교노력 고려”

  • 입력 2002년 8월 22일 18시 56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 장관 - 텍사스AP연합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 장관 - 텍사스AP연합
21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주재로 열린 국가안보대책회의는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서부 백악관’으로 불리는 부시 대통령의 휴가지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토미 프랭크스 중부사령관이 이라크를 겨냥한 전쟁계획에 대해 5일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한 지 16일만에 열리는 회의였기 때문이다. 이라크에 대한 강경론을 주도, ‘반(反) 악의 축’ 3인방으로 꼽히는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이 헬기편으로 모두 참석했다. 공교롭게도 이라크에 대한 온건론자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불참했다.

이 때문에 회의를 앞두고 이라크에 대한 공격 결정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는 ‘군부에 대한 민간 지도자의 쿠데타 모의’라고 비유했다. 4성장군 출신 파월장관과 군부의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강경파들이 이라크 공격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을 빗댄 것.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회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회의에서 이라크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회의에서는 향후 5개년 군사예산에 대한 토론만 오갔다고 밝혔다. 그는 이라크 문제가 논의되지 않은 근거로 “프랭크스 중부사령관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축출하는 것은 세계의 이해에 부합된다”면서도 “그러나 (축출을 위해) 모든 가능한 기술과 외교, 정보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이날 회견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공격 임박설’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도 “나는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근처의 포트 후드 군기지에서 럼즈펠드 장관은 병사들에게 “대통령이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라크 공격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구 반대편의 카자흐스탄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프랭크스 중부사령관은 “부시 대통령에게 신뢰할 만한 선택방안들을 제공하기 위해 이라크에 대한 군사계획을 작성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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