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예언 半은 틀렸다?

  • 입력 2002년 8월 22일 18시 59분


이코노미스트 삽화
이코노미스트 삽화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년’에서 미래의 인류사회는 ‘빅 브러더(Big Brother)’라는 독재자 또는 국가권력이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사회가 될 것으로 예언했다. 현대인의 필수품이 돼버린 각종 신용카드나 현금인출기 등은 이 같은 예언이 실현되고 있는 증표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15일자)에서 “‘빅 브러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사람들 자신”이라는 색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편리함과 안전에 대한 욕구가 갈수록 커지면서 사람들은 사생활 노출에 크게 개의치 않게 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플로리다의 정보보안회사 ADS가 최근 공개한 위치추적서비스. ‘디지털 천사’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위성으로 길을 잃은 애완동물이나 어린이의 위치를 확인해 휴대전화나 호출기로 알려준다. 자녀의 유괴를 염려하는 부모들이나 어쩌면 “남편 클린턴은 가두기 힘든 개”라고 여기고 있을 힐러리 여사도 이런 서비스를 열렬히 환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서비스로 인해 피감시자의 사생활은 하루 24시간 노출된다.

사람들은 사생활을 편리함과 바꾸기도 한다.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은 돌아다닌 시간과 장소를 정확하게 카드업체에 알려주는 셈이다. 언제 어디서나 통화할 수 있는 휴대전화는 통화 상대와 시간은 물론 자신의 위치까지도 고스란히 전화업체의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다. 신용카드 사용은 말할 것도 없다. ‘숨길 것이 없다’고 여기는 많은 사람들은 일상의 편리함을 위해 이 정도의 사생활 노출은 감수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상업적 목적으로 수집된 이 같은 개인정보들이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국가 뿐”이라고 지적하고 “국가만이 이를 제한, 금지할 수 있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국가가 ‘빅 브러더’로부터 인권과 사생활을 보호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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