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콜라 바위´ 물의

  • 입력 2002년 8월 23일 16시 20분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은둔의 땅 히말라야에 난데 없는 '콜라 전쟁'이 한창이다.

인도 신문인 인디언 익스프레스는 이번 주초 1면에 노란색 페인트가 칠해진 히말라야의 바위 사진을 실었다. 바위가 있는 곳은 인도 북부 히마차이 프라데시 주의 마날리-로흐탕 도로 주변. 해발 4000m의 이 도로는 히말라야 산자락을 관통하고 있다.

이 태고의 땅에 노란색 바위가 등장하게 된 데는 인간의 탐욕이 도사리고 있다. 어느 때부턴가 이 도로 주변에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로고가 칠해진 바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영국 BBC 방송은 '콜라 바위'가 늘어선 구간이 무려 50㎞나 됐다고 22일 보도했다.

페인트가 칠해진 바위들은 심각한 환경파괴 우려를 불러왔다. 바위들은 고산지역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이끼로 뒤덮여 있기 때문.

결국 인도 대법원이 칼을 뽑았다. 지난주 대법원은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인도 법인측에 로고를 칠한 경위를 소명하라고 명령했다.

대법원은 아울러 인도 국립환경엔지니어링 연구소측에 원상복구 방법을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페인트 칠을 없애기 위해 시너를 사용할 경우 더욱 심각한 환경파괴가 예상됐기 때문. 노란색 바위가 나타난 것은 이때부터. 노란 페인트는 로고를 감추기 위한 덧칠이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인도 법인측은 로고 칠은 물론 덧칠과도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인의 지시 없이 현지 업체가 한 일이라는 것.

그러나 도로 주변의 바위들에는 이미 다른 인도 기업의 로고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 도로는 옛부터 인도와 중앙 아시아, 중국 상인들이 지나던 동서 왕래의 길.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인간의 욕심이 이 유서깊은 곳까지 얼룩을 퍼뜨리고 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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