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차에서 뛰어내려 ‘알 조지’라는 아랍 도시에 들어선 미 해병대 병사들이 달려드는 사람들에게 총을 겨누자 소대장이 다급하게 외쳐 불상사를 막았다.
이것은 훈련상황. 이라크와의 전쟁을 염두에 두고 미 해병 980부대가 캘리포니아의 조지 공군기지에서 벌이는 모의 시가전의 훈련 장면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2일 현장모습을 자세히 전했다.
‘알 조지’는 이라크의 폐허가 된 시가지 모습으로 꾸며졌다. 적군 역할은 예비역 해병대원이 맡았고 민간인 대역은 용역회사를 통해 사람을 구했다. 훈련 목표는 시가지를 지나 헬기장을 점령하되 아군과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는 것. 수십년의 경험을 통해 미군이 얻은 시가전의 전략은 간단하다. ‘가능한 한 시가전을 피하라.’
지휘관 마이클 벨처 중령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겠지만 조만간 현실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최근 지대공 미사일을 사막지방에서 수도 바그다드로 옮겼으며 이는 유사시에 미군과 시가전을 벌이겠다는 전략이라고 군 정보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훈련 시가전이 시작되자 미로와 같은 도시 속에서 일부 병사는 길을 잃고 동료들과 단절되는가 하면 곳곳에서 저격병의 총에 맞아 쓰러지기도 했다. 목표로 한 시간에 헬기장 점령은 실패로 끝났고 작전은 수정됐다. 160명의 적군을 제압하는 데 980명이 동원돼야 했으며 그러면서도 100명의 사상자를 냈다.
신문은 이 같은 모의 시가전을 통해 인명 피해율을 통상의 절반수준인 15%선으로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