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어려워진 새 대학수능시험 거센논란

  • 입력 2002년 8월 23일 18시 45분


1926년 도입된 이래 미국 내 보수-진보 진영간에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 돼온 미국 대학수능시험(SAT)이 2005년 개혁안 실시를 앞두고 또 다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기존의 학습능력과 자질 평가에서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느냐’를 측정하는 것으로 골격이 바뀐 새 SAT가 과연 ‘균등한 교육기회 보장’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것.

미 시사주간 위클리 스탠더드는 최신호(26일자)에서 “새로 도입된 작문시험 때문에 표준영어에 취약한 소수인종이 고전할 것이 확실하고, 새 SAT 도입과 이에 따른 입시 준비는 불공정 시비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2005년 개혁안〓6월 미 전국대학위원회는 2005년 3월부터 실시될 SAT의 세부사항을 확정 발표했다. 새 SAT는 독해가 강화되고 고등수학이 포함되는 데다 작문시험이 추가되는 등 내용이 한층 어려워졌다.

그러나 이번 개혁안은 단순히 난이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평가목적이 기존의 ‘자질평가’에서 ‘학습량 측정’으로 바뀐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국대학위원회는 SAT의 A가 더 이상 ‘Aptitude(자질)’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SAT 개혁에 불을 댕긴 것은 캘리포니아대학 리처드 애킨슨 총장. 그는 지난해 12세 손자가 SAT 시험의 요령을 배우러 학원에 다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학생들이 정작 공부할 시간을 빼앗는 SAT를 캘리포니아대학에서는 채택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충격을 주었다.

애킨슨 총장은 새 SAT에 대해 “실력위주의 평가가 이뤄져 더 공정한 시험이 될 것”이라고 환영의사를 표시했다.

▽SAT의 어제와 오늘〓원래 SAT는 진보적 아이디어의 소산이었다. 1934년 당시 하버드대 제임스 코넌트 총장은 유력가문의 자제들만 명문 사립대에 입학하는 것을 막기 위해 SAT를 채택했고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이에 따랐다. 주관식 시험이 주를 이루던 이전 대학시험은 미리 철저한 준비를 하는 명문가 자제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것이다.

그러나 ‘SAT는 미리 준비할 필요도 없고 할 수도 없다’는 전제가 깨지면서 이 제도는 격렬한 찬반논쟁에 휘말리게 됐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단기간에 돈을 주고 SAT 기술을 익힐 수 있는 부유층 자제들에게 갈수록 유리해졌다는 것. 자질을 테스트하기 때문에 준비가 필요 없다는 대학위원회의 선전과는 달리 1년에 3만달러 이상을 들여 전문 개인교습을 받은 부유층 자제들의 점수가 100∼300점씩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지는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어려워진 새 SAT를 위해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에 충실하고 심도있는 학습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고 지적하고 “교육의 평등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공교육 강화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SAT 제도와 개혁안
구분현행2005년 개혁안
시험 과목언어, 수리독해, 수리, 논술
시험 시간3시간3시간 30분
배점영역당 200∼800점동일
언어 영역유추문제 포함유추문제 폐지. 단문독해 추가
수리 영역정량비교 문제 포함정량비교 문제 폐지. 대수Ⅱ 출제
논술 영역없음1시간가량 실시
응시료26달러10∼12달러 인상 예정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SAT 약사▼

·1926년 6월:동북부 사립대서 8040명을 대상으로 첫 실시

(응시생 전원 백인)

·제2차세계대전 이후 대학입학생 증가하면서 SAT 응시자도 급증

·1956년:조지아 주립대가 SAT

채택하면서 국공립대로 전면 확대

·1963년:SAT 최고평균점수 기록

·1970년대:SAT점수 계속 하락

(전반적인 학력 저하현상 반영)

·2000∼2001년:210만명 이상 응시. 미 대학의 80%가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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