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막으려면 나무를 없애라?…부시 벌목 제안 논란

  • 입력 2002년 8월 23일 18시 45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2일 산불이 발생했던 오리건주 러치의 스콰이어숲을 둘러보고 있다. - 러치(미 오리건주)로이터뉴시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2일 산불이 발생했던 오리건주 러치의 스콰이어숲을 둘러보고 있다. - 러치(미 오리건주)로이터뉴시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2일 산불 방지를 위해 국유림에서 더 많은 벌목을 허용하자고 제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사상 최악의 산불이 일어난 오리건주 현장을 이날 헬기로 둘러본 부시 대통령은 “산불 예방의 최선은 국유림에 대한 엄격한 벌목 규정을 완화해 벌목 회사들이 좀 더 많이 나무를 자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하는 것은 상식에 따른 것으로 우리에게도 좋고 숲을 위해서도 좋다”고 말했다.

산불이 급증한 것은 과도한 국유림 보호 정책으로 산림 밀도가 높아진데 따른 것이라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을 부시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 미국에서는 올 여름에만 전국적으로 예년의 두 배 규모인 240만ha의 산림이 화재로 손실됐다. 연방정부는 올해 산불 방지와 진화에 15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환경보호주의자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샀다. 환경보호론자 수백여명은 공화당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포틀랜드에 도착한 부시 대통령 앞에서 벌목 허용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오리건대의 J 분 카우프만 야생 생태학 교수는 성명에서 “국유림 보호정책으로 숲이 우거진 게 산불의 조속한 진화작업을 방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벌목으로 산불을 방지하자는 생각은 틀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환경보호론자는 부시 대통령의 새로운 계획이 벌목 산업체들에 점수를 따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환경단체들은 숲과 인근의 마을 주민을 산불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산림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집 주변의 벌목은 허용할 수 있다고 해도 전면적인 벌목은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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