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000명에 서울 송파구만한 이 섬나라에서는 22일 중요한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호주 정부가 휴대전화 통신망 구축 사업을 위해 전체 공사비용 2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하자 그 수용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한 것이다. 찬성 356표, 반대 607표. 휴대전화는 거부됐다.
문명의 이기가 가져다 주는 편리함보다 자신들의 삶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편을 선택한 것이다. DPA통신은 “이들은 자연친화주의를 위해 자신들이 기꺼이 거부한 문명의 이기 목록에 휴대전화를 추가했다”고 전했다.
섬의 행정 수반인 제프 가드너는 “투표 결과는 주민들이 휴대전화 통신망 설치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앞으로 의회 결정 과정에서도 이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퍽아일랜드 주민의 절반 이상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1789년 영국 군함 ‘바운티호의 반란’ 이후 이곳에 정착한 수병들의 자손. 대대로 문명을 최대한 거부한 채 전원적인 생활을 즐겨 왔다.
이곳에는 문명사회에서 일상화된 교통 체증이나 패스트푸드점, 대규모 할인점이 없다. 매춘이나 도박 같은 자본주의의 그늘도 찾을 수 없다. 소득세도 받지 않는다. 텔레비전도 80년대 중반에야 들어오는 등 주민들은 현대 문명의 편리함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전체 주민의 90%는 관광업에 종사하고 10%는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는 ‘과거 여행’을 만끽하고 싶어하는 여행객이 하루에만 100여명 이상 찾아온다. 지난해 총 관광객 수는 전체 주민의 20배인 4만명에 이르렀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