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24일자)에서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대학교육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한 대입 할당제가 명문대의 ‘엘리트주의’ 타파라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학 재정지원을 총괄하는 영국 고등교육재정위원회(HEFCE)는 2001년 명문가 자녀 중심인 사립고 출신이 명문대를 독식하는 관행을 깨기 위해 ‘참여 확대를 위한 프리미엄’ 조치를 발표했다. 모든 대학에 대해 공립학교 출신학생의 입학비율을 공시토록 하고, 저소득층 거주지 출신 학생을 선발할 경우 그 수에 따라 추가로 재정지원을 해주도록 한 것.
이 같은 조치는 2000년 중하위층 출신 로라 스펜서양이 옥스퍼드 입학을 거절당한 뒤 미국 하버드 장학생으로 선발된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명문대 엘리트주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전격적으로 취해졌다. 당시 교육지원단체인 서튼 트러스트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상류층 자제들의 명문대 진학비율은 하류층 출신의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할당제 도입에 따라 지난해 상위 6개 명문대의 공립교 출신 입학비율은 99년의 59%에서 63%로 다소 높아졌지만 부작용은 심했다. 일부 대학은 학생들의 거주지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화하는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 특정지역 출신 학생들을 마구잡이로 입학시킨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리버풀대의 앨런 스미서스 교수(교육학)는 “학생들은 실력에 따라 대학을 선택하는 권리를 빼앗기고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들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이 같은 제도는 결과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는데 실패한 공립학교 교장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꼴”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옥스브리지’의 엘리트주의를 타파하는 것과 할당제를 도입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현실을 빗대 “부모들이여, 자식들을 사립학교에 보내되 다만 가난한 동네에 집을 사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英 공립고 출신 입학비율 하위 10개 대학(2001년) | ||
대학 | 입학 비율(%) | 선발목표치(%) |
옥스퍼드 | 51 | 67 |
케임브리지 | 52 | 65 |
브리스톨 | 57 | 73 |
성조지병원의과 | 57 | 68 |
런던칼리지 | 58 | 75 |
런던정경 | 58 | 72 |
세인트앤드류스 | 59 | 77 |
런던 | 59 | 70 |
임페리얼 | 60 | 73 |
왕립수의 | 61 | 60 |
자료:영국고등교육재정위원회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