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는 미국이 이른바 ‘악의 축’으로 규정한 이란 이라크 북한을 상대로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지난달 23일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했다. 특히 최근 들어 러시아는 남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을 강조하는 등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 최근 러시아는 이라크와는 장기경제협력협정을 추진하고 이란에는 핵원자로 5기 추가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속내까지 비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는 러시아가 냉전 붕괴 이후 구겨진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포함돼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착실하게 경제개혁을 지속해오면서 이제는 대외적인 영향력 확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달 21일 러시아를 방문한 미국 의회대표단은 러시아의 이란 이라크 지원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러시아가 이란 이라크와 단순한 양자관계 개선을 넘어 ‘패권국’으로 재기하겠다는 뜻을 보인 데 대해 사전 경고를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하튼 러시아의 속내는 한반도 정세의 기류변화 속에서 가장 먼저 가시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극단적으로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강행하고 그에 따라 북한도 지금까지의 대외관계개선조치를 철회하면서 강경 대결자세로 되돌아 갈 경우 한반도 주변 4강은 미국 대(對) 기타 국가의 대결이라는 구도를 이루면서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의 ‘현실적인 중재자’로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