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후세인 제거땐 ‘아랍版 유고’ 전락우려

  • 입력 2002년 9월 2일 18시 32분


사담 후세인이 없는 이라크는 어떻게 될까.

뉴욕타임스의 중동문제 전문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1일 “후세인 대통령이 제거될 경우 이라크의 정치적 진공상태는 정파와 부족간의 끊임없는 유혈 보복극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마디로 냉전종식 후 갈가리 찢기고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겪고 있는 아랍의 유고슬라비아가 된다는 것.

이라크는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하천문명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중심지. 수메르 바빌로니아 아시리아 같은 고대국가들이 흥망했으며 8세기 중기에 시작된 압바스 왕조 시대에는 이슬람의 중심지로서 융성했다. 그러나 1535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약 400년간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은 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이라크는 남부에는 이슬람 시아파, 북부에는 쿠르드족, 중부에는 이슬람 수니파가 거주하는 이질적인 부족과 종파로 구성돼 있다. 이는 영국이 인위적으로 국가를 조성했기 때문. 이라크는 독립운동을 벌여 32년 파이잘 국왕의 왕정국가로 독립했으나 58년 파이잘 국왕이 피살된 뒤에는 암살과 쿠데타로 점철돼 왔다. 이 같은 피의 악순환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68년 역시 쿠데타로 집권한 후세인 대통령. 그는 이후 35년째 이라크를 철권 통치하고 있다.

프리드먼씨는 “이라크에는 시민사회가 발달돼 있지 않고 법치의 뿌리도 없어 독일이나 일본처럼 전후 안정적인 민주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법치에 따라 국가를 통치한 마지막 통치자는 기원전 18세기 함무라비 왕조의 바빌로니아 왕이었다는 말로 이라크 국가건설의 어려움을 비유했다.

이라크는 후세인 집권 이후에도 쿠르드족과 끊임없는 내전을 벌여왔으나 무엇보다 이라크 국민의 60%가 넘는 시아파를 40%도 안 되는 수니파가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 장래 불안정의 원인.

그는 이라크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 “만약 미군이 이라크에 쳐들어가면 이라크 국민으로부터 환영을 받을 것이며 이라크 정권은 쉽게 무너질 것이나 문제는 그 이후”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새로운 국가 건설처럼 무엇인가를 세우는 것보다는 부수는 데 재능이 있기 때문에 전후 이라크 국가건설의 과제를 수행해낼 수 있을지 그는 우려했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후세인 대통령을 제거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면서 “이라크에서의 국가건설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동맹국들이 과제를 분담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