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 내에서 유일한 비둘기파로 꼽히는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은 8일 방송될 예정인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가 지난 11년 동안 대량 살상무기 파괴 및 개발 포기에 관한 유엔 결의안을 거의 지키지 않아 온 점을 들며 "유엔 무기사찰단이 이라크에 재입국하도록 하는 것이 사태해결의 첫 번째 조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는 유엔 무기사찰단이 98년 철수한 뒤 재입국을 허용치 않고 있다. 최근 몇 주간 이라크 문제에 관해 침묵을 지켜온 파월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이라크 공격을 주장하는 강경파들과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대(對) 이라크 강경파인 딕 체니 부통령은 지난주 한국전 참전용사들에 대한 연설 등을 통해 "단순히 유엔사찰단의 이라크 재입국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으나 우리는 사찰 자체가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이라크를 무장해제시키고 유엔 결의를 준수케 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앤드류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은 체니 부통령이 유엔 무기사찰단 문제에 관해 백악관으로부터 사전 지침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강경한 발언을 한 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콧 맥클레란 백악관 대변인은 2일 "파월 장관의 발언은 유엔 무기사찰단의 자유로운 활동을 촉구해 온 행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일 뿐 "이라며 행정부내에 대 이라크 해법을 놓고 이견이 있다는 관측을 부인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