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인명 피해는 다르다. 루사로 인한 사망 실종자는 2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독일 대홍수’로 인한 인명 피해는 19명에 불과하다. 그래도 독일인들은 19명을 ‘천문학적인 숫자’로 받아들이며 경악하고 있다. ‘물 난리’로 사람이 죽는 것은 독일에서는 드문 일이기 때문. 95년 독일 대홍수 때도 인명 피해는 2명뿐이었다.
독일의 재난 대처는 무엇보다 인명을 중시한다. 지난 달 대홍수같은 국가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독일 긴급 재난정보 시스템(DENIS)’이라 불리는 재난 대처 시스템이 즉각 작동한다. DENIS는 인공위성을 통해 연방정부와 주정부 상황본부는 물론 각 기업체와 언론사, 민간 구호대까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시스템. 연방정부 상황 본부의 정보가 가장 말단 조직에 연결되는 시간은 10∼20초.
DENIS의 정보와 지침에 따라 재난구제 인력과 장비를 제공하는 연방기술지원청(PHW)과 주 정부 소방대, 독일적십자사와 민간 봉사대 등 공공과 민간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평시에도 독일 전역에는 소방차를 제외한 방재용 특수 차량만 650대가 대기중이다.
더욱 돋보인 것은 ‘수해 이후’다. 홍수 피해가 컸던 작센주 등 구 동독지역에는 서독의 자원 봉사자들이 몰려들어 복구 작업에 뛰어들었다. 이번 홍수는 통일 이후 응어리진 동서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는 지적이다.
피해 복구를 위한 국민 모금액도 벌써 1억3000만유로(약 1500억원)를 넘어섰다. 기업들은 25%인 법인세율 이상의 추가 법인세를 내기로 자발적으로 결의했다.
쾰른에 거주하는 교민 전수진씨는 “홍수 이후 온라인 뱅킹을 하려고 은행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모금 창이 제일 먼저 뜬다”며 “기부하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낄 정도”라고 말 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