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는 “남북한이 최근 (관계개선을 위해) 여러 차례 합의한 사안을 실천하지 못한 것은 평화구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뒤 “평화가 보장되지 않으면 서해교전 사태와 같은 후퇴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해 남북한 및 주변 4강국이 참여하는 ‘동북아 평화협의체’와 같은 6자간 대화창구가 필요하다”며 “중국이 협의체 구성에 큰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장 주석은 이에 대해 “남북한에는 상호 모순의 역사가 있었지만, 미래를 위해 전진해야 한다”며 “지난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건의했다”고 소개했다. 장 주석은 “북한도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선 무엇이든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탈북자가 베이징 내 외국대사관에 들어가 한국행을 요구하는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이 인도주의적으로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탈북자 때문에 중국이 골치 아파 하고 있지만,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탈북자 본인 의사가 무시된 채 (북한으로) 강제송환되지 않도록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 주석은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 후보의 중국 방문 일정이 국내의 태풍 피해 복구 시기와 맞물린 것을 의식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태풍 피해로 국민은 고통을 겪는데, 이 후보는 한가롭게 해외에 나갔다는 비난이 들릴까 걱정이다”면서 “미리 잡혀있던 장 주석 면담 등을 취소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중국 방문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 같은 분위기를 인식한 듯 3일 오전 예정대로 만리장성을 방문했지만 20분 만에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도 “장쩌민 주석이 이 후보에게 ‘중국방문 직전 태풍피해 현장을 들렀다 온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는 대화내용을 소개했다.
베이징〓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