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공격 '美 잰걸음' 유엔서 제동

  • 입력 2002년 9월 12일 19시 12분


11일 열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참석자들이 9·11테러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 - 유엔AP연합
11일 열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참석자들이 9·11테러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 - 유엔AP연합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공격에 대한 유엔의 협조를 구하는 작업에 본격 나섰으나 오히려 ‘평화적인 해결’을 희망하는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 등의 정면 반발을 불러일으켜 향후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가운데 영국을 제외하고 러시아 중국 프랑스가 모두 미국의 군사행동에 반대하고 있어 미국의 이라크 공격 계획을 둘러싸고 국제사회는 더욱 거센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9·11 테러 1주년을 전후해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미 의회의 승인과 유엔의 협조’를 얻기 위해 일주일째 정지작업을 벌이고 있다.

1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그동안 유엔을 얼마나 속이고 유엔에 저항해왔는지를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1998년 이후 유엔의 무기사찰을 받지 않고 있는 이라크가 유엔의 16개 결의를 위반한 만큼 유엔이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대책이 아니다”라고 유엔의 행동을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아난 사무총장은 이례적으로 연설에 하루 앞서 연설문을 언론에 공개해가면서까지 미국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엔 고위인사는 “부시 정부에 대한 우호적인 경고인 셈”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에 30분 앞서 첫 연사로 나선 아난 사무총장은 “이라크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면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정보교류를 통한 여러 나라의 협조를 통해서만이 테러리스트들의 활동기회를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한스 블릭스 유엔무기사찰단장은 10일 보스턴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확보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부시 행정부에 부담을 안겨주었다.

유엔안보리는 10일 블릭스 단장의 보고를 듣고 이라크에서 사찰을 벌이기 전에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에 반대하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 회의 직후 세르게이 라프로프 유엔주재 러시아대사는 “유엔안보리 이사국은 이라크에 대한 무기사찰단이 조기에 사찰활동을 벌이는 것만이 최선”이라면서 “러시아는 이라크에 군사력에 의한 최후통첩을 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최근 닷새 동안 각국 정상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라크 공격에 관한 지지를 요청했지만 그 성과는 미미한 셈이다.

이 때문에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가 무기사찰단의 방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군사조치 등에 직면하게 되는 시한을 정할 새로운 안보리 결의안을 통과시키도록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2단계 조치, 즉 첫 번째 결의에서 시한을 정하고 두 번째 결의에서는 대(對)이라크 조치에 동의하는 것에 비해 단축된 과정이라고 영국의 BBC방송이 보도했다. 그러나 유엔의 이라크에 대한 강제적인 무제한 사찰프로그램은 결과적으로 군사작전을 지체하게 할 것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유엔본부〓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외신종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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