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聯 “이라크, 사찰 수용하라”

  • 입력 2002년 9월 15일 17시 52분


터키 남부 인시르리크 공군기지에서 미군 EA6B 정찰기가 이라크 북부 비행금지 구역 정찰을 위해 발진 준비를 하고 있다. - 인시르리크(터키)AP연합
터키 남부 인시르리크 공군기지에서 미군 EA6B 정찰기가 이라크 북부 비행금지 구역 정찰을 위해 발진 준비를 하고 있다. - 인시르리크(터키)AP연합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이 13일 이라크의 유엔 무기사찰단 수용 시한을 설정하는데 합의함으로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2일 유엔 연설에서 제시한 ‘이라크 해법’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빠르게 얻고 있다.

반면 아랍권에서는 이라크의 우방 카타르가 13일 미국에 대한 자국 군사기지 제공을 시사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도 15일 유엔 안보리의 결의가 뒷받침되면 미국에 협조하겠다고 밝혀 그동안의 아랍권 반미(反美) 연대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국제사회의 거센 압력을 받고 있는 이라크는 14일 평화적 사태 해결을 원한다면서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무기사찰 시한 합의〓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은 부시 대통령의 요구로 유엔이 추진 중인 대(對)이라크 결의안에 이라크의 무기사찰단 수용 시한을 설정하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이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13일 중앙아프리카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말하는 시한은 앞으로 수개월, 수년이 아닌 수일, 수주일”이라고 말해 시한 설정을 앞당기도록 거듭 유엔에 촉구했다.

상임이사국 중 이라크 공격에 반대 또는 유보 입장인 러시아 중국 프랑스 외무장관들은 이날 유엔총회에서 “시한 설정이 미국의 군사 행동을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엔 결의안이 약 3주간의 시한을 정한 후 이라크가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미국이 이르면 11월 말∼12월 초 군사행동을 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아랍권 반미 연대 균열〓사우디아라비아의 알 파이잘 외무장관은 15일 “유엔 안보리가 유엔 정책을 결정한다면 회원국은 이를 따라야 할 것”이라면서 “안보리 결의가 뒷받침될 경우 이라크 공격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그동안 이라크 공격시 미국에 자국 영토 사용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걸프전(91년)이 끝난 뒤 가장 먼저 이라크와의 관계 재개에 나설 만큼 돈독했던 카타르 정부도 13일 미국의 이라크 공격시 군기지 제공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세이크 하마드 빈 야셈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기지 사용 허용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면서 “작은 나라인 우리로서는 미국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라크 공격 때 핵심기지가 될 것으로 보이는 알우데이드 기지는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남서쪽 45㎞ 떨어진 사막지대에 있으며 4.5㎞의 긴 활주로를 갖추고 있다.

아랍연맹 22개 회원국도 13일 유엔본부에서 별도로 회동, “유엔의 무기사찰 요구를 수용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이라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랍권에서조차 무기사찰 압력이 고조되자 유엔 총회 참석차 14일 뉴욕에 도착한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유엔 결의안 없이 위기가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해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유엔본부〓홍권희특파원 konohong@donga.com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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