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7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만날 때 양손으로 악수하거나 포옹하는 등 친밀감을 나타내는 행동은 피하기로 했다고 일본 정부 소식통들이 16일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전날 밤 고이즈미 총리가 자신의 외교 고문들과 의전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 위원장은 외국 정상들을 만날 때 파격적 의전과 환영행사로 친밀감을 과시하는 스타일.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때도 예고없이 공항에 마중을 나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뜨겁게 환영했는가 하면 단둘이서만 승용차에 타고 목적지까지 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일본측은 김 위원장이 지나친 친근감을 표시하고 이를 대외선전에 이용해 대일 교섭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이즈미 총리는 공항에 영접나온 김 위원장을 만나더라도 악수는 한 손만 사용하고, 평양시내로 이동할 때도 통역이 동승하지 않는 한 김 위원장과 단둘이서는 리무진 승용차에 타지 않기로 했다. 북한측이 요구한 만수대 헌화도 거부했다. 일부 외교 고문들은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 미소도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번 방북이 순수한 실무 방문임을 강조하기 위해 김 위원장과의 오찬 없이 오전, 오후 두 차례 회담만 한 뒤 곧바로 귀국할 예정이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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