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행정부가 11월5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이라크전쟁을 밀어붙이고 있는 데 대한 의구심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미디어전문기자 하워드 커츠는 17일 “벽장 안에 갇혀 있던 의문이 마침내 밖으로 튀어나왔다”고 표현했다.
그동안 민주당이라고 해도 공화당 행정부가 이라크전을 중간선거에 이용하고 있다고는 감히 주장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9·11테러의 기억이 선명한 상태에서 비애국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경제 침체가 심해지고 공화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이라크 전쟁 계획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자 이같은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민주당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경제불안과 사회보장제도 같은 국내 현안들이 신문을 장식했으나 9·11테러 1주년을 계기로 이라크전쟁이 이 현안들을 덮어버렸다. 공화당은 중간선거에서 상원 과반수를 노리고 있다.
의문을 처음 제기한 신문은 워싱턴포스트 16일자. 이 신문은 바로 ‘왜 지금?’으로 시작되는 기사에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해 왔고 그것이 문명사회에 위협이 된다면 대통령은 왜 6개월 전에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의 정치참모 크리스 르헤인도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미국의 선거일정에 맞춰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시사주간지 뉴리퍼블릭 최신호(9월23일자)도 “안보가 아니라 정치적 이유에서 이라크전을 서두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정(失政)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가짜 전쟁을 선포한 할리우드 영화 ‘웨그 더 독(Wag the Dog)’이 실제 재연되고 있지 않느냐는 의문들이다.
앤드루 카드 백악관비서실장까지도 지난주 “우리는 지난 여름 이라크 이슈를 (부각시킬 수 있었으나) 부각시키는 것을 참았다.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8월에는 신상품을 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백악관이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도 민주당은 내놓고 ‘정치적 술수’라고 몰아붙이지 못하고 있다.
미 ABC방송은 “민주당은 겉으로는 초당적 협력의 자세를 유지하되 이라크전 지지 결의안에 대한 의회 표결을 빨리 마치고 관심을 국내 현안으로 돌리거나, 아니면 의회 표결을 질질 끌어서 중간선거 이후로 넘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