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할수록 가난하다" 美미시간대학 연구팀 발표

  • 입력 2002년 9월 23일 15시 29분


"그래 맞아, 정직한 사람보다 사기꾼이 부자 되기 쉬운 세상이지…."

객지에서 고생하다가 한가위날 모처럼 고향 집에 모여앉은 형제자매들의 넋두리 만은 아니다. 이런 씁쓸한 얘기가 최근 미국 미시간대학 경제학과 조엘 슬렘로드 교수팀이 미 경제연구국(NBER)에 발표한 한 논문(http://papers.nber.org/papers/w9200.pdf)에서 학문적으로 입증됐다.

슬렘로드 교수팀이 분석한 18개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 중 캐나다, 핀란드, 네덜란드, 미국 등 4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정직할수록 돈을 못 번다'는 결론이 나왔다. 사기를 칠수록 잘 살게 되는 나머지 14개국은 영국, 독일, 일본, 오스트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포루투갈, 브라질, 칠레, 인도, 멕시코, 남아프리카, 터키 등.

한국은 분석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100% 정직(trustworthiness)은 100% 사기에 비해 소득을 10.53% 떨어뜨렸다.

한편 세상에 대한 믿음(trust)은 돈벌이에 순기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나마 위안을 줬다. 세상 모든 사람을 믿는 순진파는 세상 사람들을 전혀 믿지 않는 사람보다 똑같은 조건에서 소득을 7.33% 더 올렸다. 그러나 멕시코에서만은 세상을 믿을수록 가난해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일반적으로 정직과 세상에 대한 믿음이라는 가치를 높이 사주는 나라일수록 세상에 대한 순진한 믿음이 소득을 올리는 데 더 크게 기여했다.

슬렘로드 교수팀의 분석은 미 여론조사센터가 시행하는 1990∼1993년분 '세계 가치 조사' 결과와 각국의 실질 가계소득 자료를 근거로 이뤄졌다. 슬렘로드 교수는 1980년 미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레이건 집권기에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에서 일한 적이 있는 조세전문가이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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