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에서 고생하다가 한가위날 모처럼 고향 집에 모여앉은 형제자매들의 넋두리 만은 아니다. 이런 씁쓸한 얘기가 최근 미국 미시간대학 경제학과 조엘 슬렘로드 교수팀이 미 경제연구국(NBER)에 발표한 한 논문(http://papers.nber.org/papers/w9200.pdf)에서 학문적으로 입증됐다.
슬렘로드 교수팀이 분석한 18개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 중 캐나다, 핀란드, 네덜란드, 미국 등 4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정직할수록 돈을 못 번다'는 결론이 나왔다. 사기를 칠수록 잘 살게 되는 나머지 14개국은 영국, 독일, 일본, 오스트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포루투갈, 브라질, 칠레, 인도, 멕시코, 남아프리카, 터키 등.
한국은 분석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100% 정직(trustworthiness)은 100% 사기에 비해 소득을 10.53% 떨어뜨렸다.
한편 세상에 대한 믿음(trust)은 돈벌이에 순기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나마 위안을 줬다. 세상 모든 사람을 믿는 순진파는 세상 사람들을 전혀 믿지 않는 사람보다 똑같은 조건에서 소득을 7.33% 더 올렸다. 그러나 멕시코에서만은 세상을 믿을수록 가난해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일반적으로 정직과 세상에 대한 믿음이라는 가치를 높이 사주는 나라일수록 세상에 대한 순진한 믿음이 소득을 올리는 데 더 크게 기여했다.
슬렘로드 교수팀의 분석은 미 여론조사센터가 시행하는 1990∼1993년분 '세계 가치 조사' 결과와 각국의 실질 가계소득 자료를 근거로 이뤄졌다. 슬렘로드 교수는 1980년 미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레이건 집권기에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에서 일한 적이 있는 조세전문가이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