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자 영국 신문들에 따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일간지 메일 등은 찰스 왕세자가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여우사냥이 금지되면 영국을 떠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블레어 총리는 3월 영국 내 여우사냥 금지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한 뒤 최근 법안통과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따라 22일에는 40만명의 여우사냥 애호가와 사냥터 지기, 농민 등이 런던에 모여 여우사냥 금지 반대 시위를 벌였다.
메일지는 한 원로 정치인의 말을 인용, 찰스 왕세자가 여우사냥 금지는 농촌을 파괴시킬 것이며 여우사냥이 금지되면 자신은 이민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만능 스포츠맨인 찰스 왕세자는 여우사냥을 즐겨 왔다.
왕세자는 컴브리아 지역의 한 농민이 자신에게 “여우사냥 애호가들이 흑인이나 동성애자 같은 소수그룹이라면 이렇게 희생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말을 서한에 담아 블레어 총리에게 전했다는 것.
정부와 왕실은 왕세자가 문제의 서한을 보냈는지 밝히기를 거부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왕세자는 충분히 자기 견해를 밝힐 수 있다”고만 논평했다.
귀족 스포츠였던 여우사냥은 최근 레저활동으로 바뀌면서 농촌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가 됐다. 영국에는 300여곳의 여우 사냥터가 등록돼 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 등은 여우사냥 애호가들을 ‘흡혈귀’로 몰아붙이며 여우사냥 반대입법을 추진해 왔다. 노동당의 런던 시장 후보이자 동물보호운동가인 토니 뱅크스는 “왕세자의 소수그룹 운운은 진정한 소수그룹을 역겹게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