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북한이 일본과의 대화를 급진전시키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양상을 보이자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우선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는 관측도 있다. 북-일 수교가 이뤄지고 신의주 특구에 일본 기업들이 대거 진출할 경우 미국의 대북 영향력은 급속히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 대북 특사 조기 파견 방침을 설명하면서 이라크 공격도 화제로 삼은 점을 볼 때 이라크 공격에 앞서 한국의 협력 약속을 받아내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그동안 미국측에 꾸준히 제기해왔던 대북 대화 요청을 들어주는 대신 이라크 공격시 군사적 지원을 얻어내려 했다는 얘기다.
부시 대통령의 의도가 무엇이든지 간에 미국의 대북 특사 조기 파견은 한반도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이 경의선과 동해선 철로 복원 공사를 시작한 데 이어 북-일 수교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북-미간 긴장관계가 해소되면 한반도 평화정착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그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수출문제 등 대량살상무기 문제가 해결돼야 북-미간 대화를 진전시킬 수 있음을 강조해온 점에 비춰볼 때 미국은 일단 특사 파견을 통해 대화를 시작한 뒤 대량살상무기 문제 해결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