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유만기연장 잦아”…IMF 자금운용 첫 자체감사

  • 입력 2002년 9월 26일 18시 35분


국제통화기금(IMF)이 처음으로 자체 감사를 실시한 결과 정치적인 이유로 자금 체납국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장기간 빌려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 IMF의 잦은 만기연장에 대한 비판이 제기돼 왔지만 IMF가 감사를 통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IMF이사회 산하기관인 독립평가국(IEO)은 25일 발표한 평가보고서에서 IMF의 자금 사용자 3분의 1이 만기연장 상태로 전체 자금의 25%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만기연장 조치가 계속 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만기연장 결정이 정당한 이유에서 내려졌다 해도 채무국은 물론 IMF 자체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만기연장 결정이 IMF 자금 지원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만기연장 결정과정에서 IMF의 지나친 개입 때문에 채무국의 자생적인 정책결정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IMF 본래의 목적이 외환위기의 확산을 막기 위한 단기 재무구조의 안정인데도 불구하고 만기연장 조치가 늘어나는 이유는 채권국 정부의 압력도 일부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IEO는 설명했다. IEO는 성공 가능성이 낮은데도 정치적 결정에 따라 만기연장 승인을 내린 대표적인 경우로 파키스탄을 꼽았다.

자금지원프로그램 자체의 결점도 상당수 발견됐다. 보고서는 거시경제 전망에 대한 과도한 낙관, 불충분한 융자조건, 우선순위 선정의 애매함 등을 예로 들면서 이로 인해 제도 개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만기연장에 대한 명확한 규정 △IMF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지원 프로그램 구성 효율화 △기술적 판단과 정치적 결정의 투명한 구분 등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지난해 6월 IMF이사회 산하에 설치된 IEO는 인도 경제관료 출신인 몬테크 싱 알루왈리아 국장을 책임자로 10명의 직원이 상주 근무하고 있다.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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