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미 대화를 환영한다

  • 입력 2002년 9월 26일 18시 35분


미국의 대북 특사 파견은 북한 문제를 대결이 아니라 대화로 해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직접 밝힌 만큼 이번에는 특사 파견이 계획대로 성사돼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 북한의 서해도발로 예정된 특사파견이 무산됐던 지난 여름의 아쉬움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국이 해결대상으로 삼고 있는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개발과 재래식무기의 위협은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그렇지만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대화를 한다면 갈등의 대상이 분명해지고 해결방법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미국은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이끄는 대표단에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의 전문가 10여명을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상황에 정통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나서기 때문에 부시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본격적인 대화가 재개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뛰어넘는 실질적 성과를 거둘 가능성도 크다.

북-미 대화 재개는 시기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은 똑같이 ‘악의 축’으로 지목한 이라크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력 사용을 추진하면서 북한은 대화상대로 선택했다. 한반도 전체를 위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한 또한 도박에 가까운 경제실험을 추진하고 일본과의 국교정상화 교섭에 나서는 등 혁명적인 변화를 시도중이다. 북한은 이번 접촉에서 미국의 ‘대화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미국의 가세는 마침내 주변 4강이 모두 한반도 문제에 뛰어든다는 의미다. 우리를 둘러싸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펼칠 어지러운 ‘외교게임’의 의미와 파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때다. 일본과 러시아가 6자회담을 추진하는 등 영향력 확대를 위한 4강의 행보는 이미 시작됐다. 방관자로 밀리지 않고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려면 남북한이 주도하고 4강이 지원하는 독일통일 과정의 ‘2+4 방식’을 추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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