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격렬 시위〓이스라엘군에 포위된 채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 청사에 연금돼 있는 아라파트 수반은 28일 시위 군중에게 전화 연설을 통해 “우리에게는 우리의 땅을 수호할 권리가 있다”면서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이스라엘군의 통금령이 해제된 칼릴랴와 툴카렘을 중심으로 시위가 벌어졌으나 통금령이 풀리지 않은 다른 주요 도시들에서는 집회가 원천 봉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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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서는 2만명의 군중이 팔레스타인 깃발과 아라파트 수반의 사진을 들고 반이스라엘 구호를 외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2명이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
레바논의 베이루트 남부에서는 이슬람 과격단체 헤즈볼라 지지자 10만여명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연대 시위를 벌였다. 이집트에서도 수천명이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등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중동정책에 항의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였으며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서는 500여명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가했다.
▽아라파트 연금 완화〓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10일째 계속돼 온 아라파트 수반에 대한 연금 조치를 완전히 풀지는 않지만 일부 완화하기로 29일 결정했다고 이스라엘 공영 라디오 방송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군은 라말라 청사에 대한 봉쇄를 즉각 완화하되 청사에 숨어 있는 수배자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주변에 병력을 계속 배치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또 라말라 청사에 피신해 있는 팔레스타인 자살테러 관련 용의자 20여명을 아라파트 수반이 내놓지 않는 한 청사 봉쇄를 풀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라파트 수반에 대한 강제 추방 등 강경책을 고수해 온 이스라엘 정부가 일단 한 발 물러 선 것은 아라파트에 대한 연금을 풀지 않을 경우 오히려 그에 대한 국제적 지지가 확대될 것이라는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권고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샤론 총리는 28일 연금 해제를 논의하기 위해 도브 와이즈글래스 수석고문을 워싱턴에 급파했다.
▽경제난 심화〓2년간의 유혈 분쟁으로 팔레스타인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경제는 인티파다 발발 이후 이스라엘의 기간시설 파괴와 봉쇄조치로 24억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의 실업률이 45% 이상이며 향후 이 지역에 평화가 정착되더라도 경제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외신종합연합
▼‘팔’ 反이스라엘 민중봉기▼
◆인티파다란=아랍어로 ‘민중봉기’를 뜻하는 ‘인티파다(Intifada)’는 2000년 9월 28일 당시 리쿠드당 당수였던 아리엘 샤론 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슬람교와 유대교의 공동 성지인 동예루살렘의 알 아크사 사원을 방문하면서 촉발됐다.
샤론 총리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있는 동예루살렘의 주권을 양보할 수 없다는 소신을 밝히자 격분한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투석으로 항의했으며 이스라엘 경찰은 고무탄으로 응사했다.
가벼운 충돌로 끝날 것 같았던 이 사건은 지난 2년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사상 최악의 유혈 분쟁으로 확대되면서 2534명의 희생자를 냈고 충돌이 있었던 28일은 ‘인티파다’ 개시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