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8월 물에잠긴 중세 古都 프라하는 ‘수리중’

  • 입력 2002년 10월 7일 18시 49분


프라하의 자랑거리인 카를교에서 홍수 피해를 복구하기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프라하〓강수진기자
프라하의 자랑거리인 카를교에서 홍수 피해를 복구하기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프라하〓강수진기자
《중세의 고도(古都) 프라하는 아름다웠다.

두달전 폭우 때문에 끝내 범람해 인류의 문화 유산을 위협했던 블타바강은 잔잔하게 흐를 뿐이었다.

그러나 프라하는 ‘공사중’이었다. 프라하 시내에선 ‘100년만에 최악’이라는 홍수가 할퀴고 간 흔적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흡사 중세 도시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돌길들은 여기저기 파헤쳐져 교통 체증이 심했다.

프라하 근교의 작은 마을인 미로소비체에서 왔다는 한 여성은

“프라하 시내까지 차로 20분이면 충분했는데 요즘은 3시간이 걸린다”고 불평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 유산인 ‘구(舊) 시가지 광장’으로 가봤다.

8월 내린 폭우로 블타바강의 수위가 높아지자 강가로 나온 프라하 시민들의 모습. 프라하〓강수진기자

홍수가 한창일 때 세계 각국 신문에 “시계 바늘이 멈췄다”고 연일 보도됐던 ‘15세기 천문 시계’는 무사했다. 정시가 되면 구시가지 광장에는 아름다운 천문 시계의 종소리가 울려퍼졌고, 관광객들은 어린애처럼 시계앞으로 뛰어갔다.

구시가지 광장은 홍수가 날 무렵 시민들이 블타바 강가에 필사적으로 모래주머니를 쌓은 덕분에 큰 피해는 없었다. 고딕 양식의 화약탑도 무사했다.

차량 통행이 제한된 구 시가지 광장으로부터 10여분 떨어진 프라하의 자랑거리 카를교까지 걸어갔다. 카를교까지 가는 동안에만 서너군데의 도로 공사 현장을 지나쳤다.

프라하의 명물로 손꼽히는 카를교도 피해가 적은 편이라고 했다. 다리 양쪽으로 각각 15개씩 세워진 30개의 바로크 동상들도 무사했다. 한 때 통행이 전면 금지됐으나 지금은 관광객들과 상인들로 북적였다. 3일 이 다리를 찾았을 때 구시가지 광장쪽에 가장 가까운 왼쪽 동상인 성 이보 조각상의 보수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홍수가 한창일 때 멈춰버린 천문 시계.프라하〓강수진기자

프라하 시내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지역 중 하나는 블타바 강변의 캄파였다. 캄파 박물관의 1층이 침수되는 바람에 이곳에 있던 3만2000달러 가치의 대형 의자가 유실됐다. 16세기 지어진 클레멘티눔도 피해를 입었다. 500만권이 넘는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이 건물 지하에 보관됐던 고서적과 문서들이 물에 젖었다. 현재 다른 곳으로 옮겨져 건조 작업중이다.

14세기 르네상스 건물들은 외벽의 벽화가 군데군데 벗겨졌고 음악당인 루돌피눔의 지하에 보관돼 있던 악보도 손상됐다. 블타바 강을 가로지르는 12개의 다리중 안전 검사가 진행중인 너댓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통행이 가능했다.

프라하 시내의 지하철은 최근까지 통행이 금지된 상태였다. 거리에 보이는 지하철 입구마다 출입을 통제하는 테이프가 쳐 있었다. 에바 만도프코바(32)는 “홍수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지하철은 전형적인 인재”라며 행정 당국에 분노를 터트렸다. 지하철의 물차단벽을 미리 손보지 않은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주 체코 한국 대사관측은 “홍수 피해와 관광 수입 손실 등 체코가 입은 경제적 피해는 올해 수출 예상액의 5%에 해당하는 20억∼30억 달러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프라하〓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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