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은 8월 초까지만 해도 유엔무기사찰단의 이라크 파견을 고려하기보다 곧장 군사행동에 들어갈 것처럼 보였다. 체니 부통령은 “무기사찰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만들 시간만 줄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최근 메인주 케너벙크포트 해변의 가족별장에서 나흘 동안 그의 아버지와 함께 한 후 이라크 문제를 유엔에 우선 상정하기로 했다. 그의 아버지는 전통적 우방의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정부는 출범 당시 북한에 대해 강경입장이었지만 지난해 6월 새로운 외교정책안이 만들어지면서부터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는 등 보다 온건한 자세로 돌아섰다. 이 같은 선회에는 지난해 4월 부시 전 대통령이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담당보좌관에게 ‘대북 대화에 나선 한국을 지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게 큰 역할을 했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또한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까지 미국 정부의 초청을 거부해 왔던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왕세제의 마음을 돌리는 데도 한몫을 했다. 왕세제는 미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아랍을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었다. 그러나 부시 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방문과 끈질긴 전화 설득 등을 통해 왕세제가 올해 4월 텍사스주 크로퍼드의 부시 가문 목장을 방문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모하메드 6세 모로코 왕 등 각국 수장들을 만났을 때도 반드시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해 왔다고 전현직 대통령의 측근들이 전했다.
이들 부자는 골프를 함께 하거나 가문 소유의 요트 ‘피델리티Ⅱ’의 선상 등에서 깊은 얘기를 나눠 왔으며 백악관 오벌 오피스 전화기에는 부시 전 대통령에게 직접 연결되는 단축키가 있다. 또한 백악관 측근들은 이들 부자를 사석에서 일컬을 때는 몇대 대통령인지를 기준으로 아버지를 ‘41’, 아들은 ‘43’이라고 부른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