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쇄살인 여성 싸고 사형 찬반논란 불붙어

  • 입력 2002년 10월 9일 18시 45분


미국 최초로 연쇄살인을 저지른 여성에 대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9일 사형을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사형제 폐지론자들과 구명운동 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윤락녀 출신으로 91년부터 플로리다 주립 교도소에 수감돼 온 아일린 우오르노스(46·사진)는 89∼91년 비 오는 밤을 골라 플로리다주 곳곳의 고속도로 주변에서 6명의 중년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의 이야기는 TV 드라마와 책, 다큐멘터리, 오페라 등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1심에서 피살된 남성들로부터 자신이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으나 피살자가 많아 동정을 사지 못했다.

변호사는 그가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하다고 주장해 왔다. 어릴 적 수감 중이던 아버지가 자살하고 어머니가 달아났으며 14세 때 성폭행으로 임신, 출산한 아이를 빼앗기고 이듬해부터 윤락가를 전전했다는 것. 빌리 놀라스 변호사는 “지금껏 내가 맡은 피고인 중 정신적으로 가장 황폐하다”고 말하고 전문가의 견해를 빌려 그는 “성격 장애와 정상과의 경계선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시 주지사는 최근 정신과 의사들이 30분간 진단한 끝에 그가 정상이라고 결론짓자 사형집행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사형제의 대안을 찾는 플로리다인 모임’ 등 구명단체들은 “30분 진단으로 어떻게 정신상태를 파악하느냐”며 “요식절차 끝에 사형을 결정한 것은 10월 주지사 선거용 득표활동”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주 대법원이 아직 사형제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주지사가 지난주에 이어 또 다시 사형 결정을 한 것은 이 같은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는 것.

더욱이 구명단체들은 우오르노스가 최근 대법원 상고를 포기한 것은 상한 음식을 주는 등 교도관들의 박대에 지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그는 죽어 마땅한 살인범이다. 사형 집행장에 나가 그의 죽음을 완전히 확인하겠다”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그는 8일 영국에서 건너온 다큐멘터리 제작자들과 만나 최후 심경을 털어놓았으며 이는 올해 말 방송될 것이라고 영국 BBC 방송이 전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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