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합 대통령 탄생할까

  • 입력 2002년 10월 11일 18시 18분


25개 회원국을 거느리게 된 거대 공동체 유럽연합(EU)이 본격 출범하면 EU를 이끌 대통령이 탄생할까.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9일 EU 대통령직 설치를 지지하고 나서자 EU 내 강대국과 중소국 간에 대통령직 신설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슈뢰더 총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현재 EU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순번제 의장 제도는 신통치 않다”며 “프랑스와 영국이 제안한 이사회 전담 대통령직은 장점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슈뢰더 총리는 ‘집행위원회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한’이라고 조건을 달았지만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이른바 EU ‘빅 3’가 효율적 정책 결정을 내세워 대통령직을 신설하자고 주장하는 데 대해 중소국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실질적으로 의사 결정을 담당하고 있는 집행위원회와의 위상 문제 때문이다. 중소국들은 비교적 중립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 온 집행위원회의 권한을 일부 강대국들이 축소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선 집행위원회가 대통령의 비서기관 정도로 전락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사회는 각국 수반과 외무부장관으로 구성되며 6개월에 한번씩 각 회원국이 돌아가며 의장을 맡고 있다. 인구수와 국력 차이에 따라 나라별로 의결 투표수를 다르게 배분하기 때문에 강대국들의 입김이 세다. 반면 각국이 추천한 위원을 유럽의회의 동의를 거쳐 임명하는 집행위원회에서는 중소국들도 강대국들과 같은 무게의 발언권을 갖는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2일자) 기고문에서 “이사회 의장국을 6개월마다 바꾸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집행위원회가 지나치게 회원국의 의사를 존중하다 보니 효율성마저 잃고 있다”면서 “대통령직이 신설되면 신뢰성과 뚜렷한 정치적 지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니타 페레로 발트너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은 “평등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아이디어”라며 “강대국이 대통령을 거의 독식할 것이 뻔하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대통령직을 신설하더라도 집행위원회 의장을 EU 의회에서 뽑도록 함으로써 지금보다 합법성과 정통성을 더 강화해 대통령에게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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