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발리에는 수백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체류중이었으며 사고 직후 한국인 문은영씨(여·31)와 그의 미국인 남편 및 여동생의 행방이 묘연해 이번 사고로 희생됐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폭발= 12일 밤 11시반경(현지시간) 발리의 쿠타 소재 외국인 전용 '사리 카페' 클럽을 향해 폭탄을 적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제 미니 밴이 돌진한 직후 폭발과 화재가 일어났다. 목격자들은 작은 폭발이 일어난 지 몇초후 강력한 2차 폭발이 터져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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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폭발로 주말을 즐기던 호주인 영국인 등 주로 서방 관광객들이 주로 희생됐다. 폭발 직후 클럽 중앙 무대에는 파편에 맞아 숨지거나 부상한 손님들이 쓰러져 나뒹굴었고 생존자들은 밖으로 탈출하려 했으나 연기에 질식했다고 현지 외신이 전했다.
이날 사고로 사리 카페 클럽이 있는 블록 하나가 통째로 파괴됐으며 폭음으로 파편이 수백 m나 날아가고, 10㎞ 떨어진 주택가 유리창까지 깨졌다.
13일 오전 현재 최근 발리에서 열린 국제럭비경기를 참관하러 온 호주인 영국인 독일인 등 최소한 150여명이 숨졌으며 수백명이 부상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그러나 중상자 숫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인 피해= 자카르타 주재 한국대사관은 9일 발리로 입국한 한국인 문은영씨와 미국인 남편, 여동생 은정씨(29) 등이 12일 호텔을 나간 뒤 출국일인 13일 오전까지 행방이 묘연하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이들이 11일 사리 카페 클럽을 다녀왔고 12일에도 이곳에 들르겠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며 이번 폭발로 희생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현지 교민단체 등을 통해 행방을 찾고 있다.
대사관측은 사고 직후 발리 주재 여행사 등에게 관광객들의 안전 점검을 강화해달라고 통고했으며 외교관 1명을 현지로 보내기로 했다.
사리 카페 클럽은 호주 서핑객들이 즐겨 찾는 쿠타 해변에 자리한 디스코텍으로 서방 관광객들에게는 큰 인기를 모아왔으나 한국인 등 동양인들이 자주 찾는 곳은 아니다.
▽경찰 수사= 경찰은 미니 밴이 고의로 돌진한데다 사고 직전에 발리 주재 미국 영사 사무소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도 폭발이 일어난 점으로 미뤄 테러일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미국 영사 사무소 인근의 폭발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앞서 이날 오후 6시50분경에도 인도네시아 북술라웨시 주도(州都) 마나도 소재 필리핀 영사관 정문에서도 폭발물이 터졌으나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발리 경찰은 사리 클럽 폭발물의 잔해 수거, 성분 검사에 들어갔으며 제보 등을 통해 용의자 신원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우리는 단서를 갖고 용의자들의 행방을 쫓고 있다"며 "경찰과 군은 용의자의 출국을 막기 위해 항만과 공항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각국 반응=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무장관은 이번 사고는 알 카에다의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자국민 부상자 수송을 위해 발리에 군용기를 급파하기로 결정했다. 한 외신은 이날 사리 카페 클럽 손님의 40%가 호주인이었다고 전했다. 호주 콴타스 항공은 발리 현지 호주인들의 귀국을 위해 13일 항공기를 급파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발리 현지 자국민에게 신변 안전 경계령을 내렸다.
다이 바크티아르 인도네시아 경찰청장은 "이날 폭발 사건은 '인도네시아 사상 최악의 테러'"라고 지적한 뒤 "경찰은 다른 모든 테러 가능성에 대비, 경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