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인질극 이모저모]알 카에다, 인질극 가담했나

  • 입력 2002년 10월 25일 18시 14분


체첸 게릴라 허리에 폭발물 - 모스크바AP연합
체첸 게릴라 허리에 폭발물 - 모스크바AP연합
모스크바의 문화회관에서 사흘째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체첸 반군들과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카타르의 알 자지라 방송은 24일 자신들이 모스크바 극장 인질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아라비아어로 된 플래카드 앞에서 “우리는 기꺼이 죽을 것이며 신은 위대하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방영했다.

인질범들이 알 자지라 방송이라는 언론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밝힌 게 알 카에다와의 연관성을 생각하게 하는 부분. 알 카에다는 자신들의 강경한 입장을 발표할 때면 늘 알 자지라를 이용해 왔다. 또 인질범들은 검은색 커튼을 배경 삼아 이슬람의 대의를 아랍어로 자막 처리한 이번 비디오에서 “러시아의 대 체첸 공격을 중지시키지 못하면 순교할 것”이라며 예전의 알 카에다처럼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이 테이프에서 자신을 체첸 반군이라고 주장한 한 명은 “신과 체첸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것”이라면서 “나는 살기보다 죽기를 열망하고 있다고 신에게 맹세했다”고 밝혔다. 테이프에 나온 다른 여성은 “우리가 죽더라도 조국의 자유를 위해 신에게 희생할 준비가 돼 있는 수천명의 형제 자매들이 뒤를 이을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진짜 테러리스트인데 왜 우리 민족주의자들이 테러범 취급을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알 자지라가 알 카에다의 주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 왔다는 점으로 볼 때 이번 비디오 방영은 인질범의 배후에 국제테러조직이 연관됐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알 자지라 방송은 어떤 경로를 통해 이 테이프를 입수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방송국 관계자는 23일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이 테이프가 24일 오전 알 자지라 모스크바 지국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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