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은 28일 체첸반군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 체첸 수도 그로즈니 인근에서 공군기까지 동원한 특수작전으로 30여명의 반군을 사살했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군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이날 “테러에 맞서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관영 이타르타스통신을 통해 “러시아는 대량살상무기의 위협을 받을 경우 이에 상응하는 방법으로 보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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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또 각료들에게 “국제 테러가 점점 더 대담하면서도 잔인해지고 있어 테러범들이 대량파괴무기에 필적하는 수단을 이용할 우려도 있다”며 “테러범들이 어디에 있든 테러범들과 그들의 이념적 재정적 후원자를 상대로 적절한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26일 러시아 특수부대가 인질극 진압에 사용한 유독가스가 화학무기금지협약에 위반되는 화학무기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서방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인질극 희생자 대부분은 이 가스에 의해 숨진 것으로 밝혀져 이 가스의 정체가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사망자나 부상자들에 대한 정보를 가족에게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있고 인질극과 진압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어 사실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현장에서 생포된 3명의 반군을 상대로 배후 세력 및 반군과 국제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의 연계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인질극이 계속되는 동안 러시아 정부를 지지하고 인질범과 국제 테러를 비난했던 국제사회는 이번 인질극의 원인이 된 체첸 문제로 차츰 관심을 돌리고 있다.
유럽연합(EU) 의장국인 덴마크의 퍼 스티그 묄러 외무장관은 27일 러시아에 대해 체첸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촉구했다.
체첸의 아슬란 마스하도프 대통령은 28일 대변인을 통해 “러시아 정부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협상에 임해 3년간의 전쟁을 종식시키고 싶다”며 “러시아가 평화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과 같은 사태가 불가피하게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부상자 왜 격리했나” 가족분노▼
○…모스크바 시내의 여러 병원에 분산 입원한 부상자들의 소재를 찾는 가족들의 ‘또 다른 인질 찾기’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부상자들의 행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들을 격리시킨 후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해 가족들의 분노를 사는 한편 “무언가 숨겨야 할 것이 있지 않는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모스크바병원의 의사들은 당국이 정확한 가스의 성분을 밝히지 않아 치료에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AFP통신은 28일 의사들이 “어떤 가스가 사용됐는지를 듣지 못해 환자들이 도착했을 때 어떻게 응급조치를 해야 할지를 몰랐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1명도 없다던 외국인 희생자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모스크바 주재 외교단에 비상이 걸렸다. 외국인 인질 수는 17개국 70여명으로 알려졌다.
○…다시 언론통제 시비가 일고 있다. 26일 새벽 진압작전이 감행되는 동안 러시아 방송들은 진압작전에 대한 보도를 하지 못하고 영화를 상영해야 했다. 러시아 관영 방송들은 주요 시청시간대에 극장에서 풀려난 인질들이 “우리를 구해준 푸틴 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말하는 장면만을 일제히 방영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