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e메일 해킹 당해

  • 입력 2002년 11월 1일 18시 03분


《이라크 정부는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게 곧바로 배달되는 e메일 주소(press@uruklink.net)를 공개해 놓고 있다. 이 e메일 박스를 미국의 ‘와이어드닷컴’지 기자들이 해킹했다. 충격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후세인의 e메일은 이라크의 국영 인터넷 서비스기관이 특별관리하기 때문에 비밀이 보장될 것으로 믿고 서방 기업인들이 후세인에게 국익과 정의에 반하는 온갖 제안을 했음이 드러난 것.》

쇼킹한 메일 중 하나는 생화학 전문가임을 자칭하는 기업인이 7월17일 중국에서 보낸 생화학무기 판매 제안. 그는 “농업용 살충제인 메틸브롬화칼리를 농축한 생화학무기를 밀폐용기에 담아 팔테니 살 의향이 없느냐”면서 판매 담당자의 전화번호와 e메일 주소까지 남겼다. 전화번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인 리야드 번호였다.

사우디의 한 석유회사 직원은 7, 8월 보낸 암호 메일을 통해 사우디 내 미국 석유회사의 송유관 위치와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의 잠수함 및 전투기 등의 이동상황을 알려줬다.

더 충격적인 것은 미국의 첨단기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의 메일.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한 무선테크놀로지 업체의 사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즉각 사임해야 한다”면서 후세인 대통령이 자신을 만나주면 ‘풍부한 첨단기술 수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썼다.

이 업체가 개발한 ‘G4’라는 첨단무기는 무선 조작으로 목표지역의 공기를 순식간에 불태워 일대의 생물을 전멸시킬 수 있는 것으로 돼 있다고 와이어드닷컴은 전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사장은 와이어드닷컴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단지 이라크 내에 무선통신 안테나를 세울 길을 알아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이라크전쟁 준비를 비판하는 메일도 많았다. 워싱턴의 한 시민은 8월1일 “내가 이 메일을 보내서 미 연방수사국(FBI)의 요주의 인물 리스트에 올라도 좋다”며 “나는 이라크에 대한 전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 미국 여성은 “유엔의 무기 사찰을 폭넓게 허용해서 미국에 공격의 빌미를 주지 말라”며 “그러면 후세인 대통령은 ‘좀 더 큰 사람’으로 비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와이어드닷컴은 세계 각국에서 일주일에 수십통의 e메일이 후세인 대통령에게 보내지고 있다고 전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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