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먹기대회´ 열풍

  • 입력 2002년 11월 4일 15시 58분


미국에 '먹기대회'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주 뉴욕주 브루클린에서 열린 세계 펠메니(러시아식 고기만두) 먹기대회 현장.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몸무게 200㎏에 육박하는 20여명의 선수가 등장한다. 이들은 괴성과도 같은 승리의 함성을 질러대며 정신 없이 음식을 먹어치운다. 50∼100달러를 지불하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250여 관중들의 흥분은 음식더미가 난장판이 될수록 고조된다.

지난해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대회에는 2만여명의 관중이 몰렸다.

먹기대회는 뉴욕주 코니아일랜드의 '핫도그 많이 먹기 대회'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여기에 폭스 TV 등 방송이 '먹기대회' 열풍을 부추기고 있다. 급기야는 각종 먹기대회 기록을 인증하는 '국제먹기연합'까지 생겨났다. 연합측은 "먹기대회가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두고 최근 뉴욕타임스는 '뚱보 나라의 엽기 쇼'라고 비아냥댔다.

사회심리학자들도 "이런 이상열기는 인간의 자극적이고 병적인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카니발 효과의 부산물"라고 지적한다. 싼 음식이 넘쳐나고, 시간이 주체할 수 없이 남아도는 풍족한 환경이 낳은 병적 현상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원래 먹기대회가 추수기의 짧은 축제였지만 이제는 '기괴한 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우려한다.

의사들은 위장이 한 번에 저장할 수 있는 음식의 양은 1ℓ로 이를 초과하면 폐로 음식이 역류할 수 있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일부 '선수'들은 위장을 늘리기 위해 4ℓ 이상의 물을 마시는 등의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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