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석유 선점하라”…각국 정유사 ‘확보전쟁’ 돌입

  • 입력 2002년 11월 4일 18시 47분


《미국이 대(對)이라크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매장량 세계 2위의 이라크 석유를 두고 선진국들의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뉴스위크 최신호(11일자)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 미국은 이슬람 축제일 라마단(12월 5일) 1주일 뒤인 12월 중순까지 전쟁 준비를 마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 정유사들과 이라크 반체제단체들의 비밀 회동〓영국 일간 가디언지 일요판인 옵서버는 3일 친미 성향의 이라크 반체제단체인 이라크국민회의(INC) 아흐메드 샬라비 의장이 지난달 워싱턴에서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3개 미 석유회사 중역들과 이라크 석유 분배 문제를 비밀리에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이라크전을 통해 친미정권을 세운 뒤 1120억배럴에 이르는 이라크 석유를 선점하려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 미국은 이라크 석유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 뒤 자신들에 비우호적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체제의 붕괴까지도 노리고 있다고 옵서버는 분석했다.

샬라비 의장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에서 “미국 기업은 이라크 오일에 대한 우선권을 갖게 될 것”이라며 사담 후세인 정권 전복에 대한 대가로 미국에 특혜를 약속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긴장하는 다른 국가들의 정유사〓러시아 프랑스 중국 등은 미국 주도의 대 이라크 유엔 결의안에 제동을 걸어 미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이라크 석유 시장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들 3국 정유사들은 지난달에만 이라크와 수십억달러 규모의 석유 거래계약을 체결했다고 옵서버는 전했다.

전체 수출의 40%가 석유인 러시아는 다급해졌다. 러시아 최대 정유사인 루크오일은 이라크 서부 쿠르나에 1일 생산량 10만배럴 규모의 석유 생산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8월 29일 워싱턴에 외교관을 급파, INC 관계자들과 만나 이라크 석유시장에서 러시아를 배제할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다. 러시아연방 타타르스탄의 타트네프트도 유정 굴착을 위해 최근 이라크에 기술진을 파견했다.

프랑스 토탈피나엘프는 나흐르 우마르 지역 유정 개발을 위해 이라크와 협상에 착수했으며 이탈리아 에니, 스페인 에프솔YPF도 이라크 석유 수출 계약에 서명한 바 있다.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지난달 29일 “이라크 석유 사업에 대한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이라크 유전 개발계획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라크 석유 밀거래도 성행〓뉴스위크(11일자)는 미국의 금수(禁輸)조치에도 불구하고 유가를 낮게 유지하기 위한 서방국들의 묵인 하에 이라크에서 석유 밀거래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는 97년 이후 석유 밀거래로 23억달러(약 2조760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라크의 1일 석유 수출량 중 30∼50%가 밀거래를 통해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며 이는 미국 석유 소비량의 8%다.

정유사들은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스위스나 리히텐슈타인의 비밀계좌와 중간상인을 통해 이라크와 거래하고 있다고 이 잡지는 덧붙였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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