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의 힘' 동거때 영아사망률 낮아

  • 입력 2002년 11월 5일 19시 41분


외할머니는 친밀하고 무한한 애정의 상징이다. 최근 이를 뒷받침하는 실증적인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5일 ‘외할머니의 힘’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좁게는 외할머니, 넓게는 여성 연장자들이 가족에 미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는 연구가 나옴에 따라 여성계, 진화생물학자, 인류학자들의 ‘외할머니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보도했다.

런던대 인류학과의 레베카 시어 교수는 잠비아의 일부 지방에서 1950∼1974년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외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의 영아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아이의 절반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버지나 친할머니의 생존 여부는 영아사망률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워싱턴대의 도나 레오네티 교수도 외할머니가 영아사망률을 낮춘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레오네티 교수는 의료 수준, 임금 수준, 노동의 종류와 강도 등 다른 조건이 모두 비슷하고 결혼풍습만 다른 인도의 두 지방을 조사했다.

방갈리에서는 여자가 시집으로 가고, 카지에서는 남자가 처가로 간다. 방갈리에서는 친할머니와 함께 사는 것에 관계없이 약 86%의 아이가 6세까지 살아남았다. 카지에서는 외할머니와 같이 사는 아이는 96%가, 외할머니가 없는 아이는 83%만 6세까지 생존했다.

레오네티 교수는 “두 지역 모두에서 친할머니나 외할머니가 있으면 어머니(즉 며느리나 딸)의 생식 능력은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또 독일 카셀대 심리학과의 해럴드 율러 교수가 양가 조부모 4명이 모두 생존해 있는 2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친근하고 영향력을 많이 준 친척’으로 700명이 외할머니를 꼽았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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