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인질극 진압가스, 푸틴대통령이 직접 골라

  • 입력 2002년 11월 12일 17시 57분


지난달 모스크바 문화회관 인질극 진압에 사용된 가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사진)이 몇 가지 ‘후보’ 중 직접 고른 것이었다고 러시아 주간신문 노바야가제타가 11일 보도했다.

체첸 문제에 정통한 여성 언론인 안나 풀리코프스카야 논설위원은 익명의 크렘린궁 소식통을 인용, 이같이 전하고 “살포된 가스는 치명적이진 않지만 진압부대가 농도와 사용량에서 기준치를 넘겼다”고 말해 과잉진압 가능성을 시사했다.

진압작전의 사망자는 11일까지 모두 128명으로 집계됐다. 아직도 병원에 입원 중인 사람은 31명. 러시아 당국은 당시 상황에 대한 정확한 공개를 거부하면서 언론을 계속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

한편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은 체첸 양민학살 등을 집요하게 물은 한 덴마크 기자에게 ‘할례(割禮)’할 것을 요구하는 폭언을 퍼부어 구설수에 올랐다.

푸틴 대통령은 이 기자에게 “만일 가장 급진적인 이슬람교도가 되고 할례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면 모스크바로 초대하겠다”면서 “러시아에는 할례 전문가가 많으니 다시는 회복되지 않을 그 부분을 잘라낼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언론과 크렘린은 회견 직후 푸틴 대통령이 빡빡한 정상회담 일정으로 매우 피곤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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