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마오 초대대통령 “한국은 동티모르 최고의 친구”

  • 입력 2002년 11월 12일 18시 32분


21세기 첫 신생 독립국인 동티모르의 사나나 구스마오 초대 대통령(58·사진)이 2차 민주주의공동체(CD) 각료회의와 17차 세계자원봉사협회(IAVE) 세계자원봉사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10일 서울에 왔다. 월드컵 개막식 참석에 이어 올해에만 두 번째 방한이다.

IAVE 총회 기조연설을 마친 구스마오 대통령을 12일 만났다. 이날은 동티모르 산타크루즈 추모 11주기가 되는 날. 11년 전 이날 인도네시아군은 동티모르 산타크루즈에서 열린 독립기념집회를 급습해 동티모르인 수백명을 학살했다.

산타크루즈 사건에 대해 묻자 구스마오 대통령은 반가운 듯 “알려줘서 고맙다”면서도 단호하게 “이제는 울음을 그쳐야 할 때다. 역사를 지울 수는 없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이제는 전진할 때”라고 말했다.

구스마오 대통령 간담회

-한국을 특별히 자주 찾는 이유가 있나.

“한국은 동티모르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해 큰 도움을 주고 있다(현재 동티모르에는 상록수 부대원 440명이 평화유지활동을 펴고 있다). 비정부기구(NGO)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최고의 친구다. 어제 김 대통령을 만나 동티모르 국가 재건 현황과 개발 계획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 있으면 집에 온 듯 편안함을 느낀다. 한국이 건립을 약속한 동티모르 독립기념관도 공사 중이다.”

-왜 자원봉사가 중요한가.

“동티모르에는 가난과 교육 문제 등 해결할 과제가 많다. 특히 가난은 증오를 부추기고 분쟁을 유발하기 때문에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 통합 과정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안다.

“99년 조국에 돌아왔을 때 많은 국민의 눈물을 보았다. 어렵다는 걸 안다. 인도네시아와의 분쟁은 끝났지만 우리 내부의 화해를 이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운이 좋다. 중동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선례에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많이 배우고 있다.”

-오랫동안 강대국에 맞서 싸워왔는데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어떻게 보나.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라크에 무장해제를 권고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을 통해 무력 침공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전쟁을 막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쟁은 사람들과 사회를 분열시킨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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