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4개 대도시 병원 성탄절 테러 가능성”

  • 입력 2002년 11월 14일 17시 43분


9·11 테러의 주모자 오사마 빈 라덴이 12일 공개된 녹음 테이프를 통해 살아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추가 테러에 대한 미국의 공포가 증폭되고 있다. 또 미국은 이제 빈 라덴을 먼저 잡아야 할지, 이라크와의 전쟁을 서둘러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추가 테러 우려〓미 연방수사국(FBI) 휴스턴 지부는 13일 밤 “휴스턴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미국 4개 도시의 병원들이 추가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첩보를 해외에서 입수했다”고 발표했다.

FBI 시카고 지부도 성명을 내고 “추가 테러는 다음달 중순 이후 성탄절과 새해 등 연말연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FBI는 이같은 첩보가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각 정보기관은 빈 라덴이 테이프를 통해 알 카에다 테러조직에 추가 테러 메시지를 전달했을 개연성을 배제하지 않고 그의 소재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빈 라덴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장관, 콜린 파월 국무부장관 등을 구체적으로 거명함에 따라 이들과 워싱턴의 주요 시설물들을 겨냥한 추가 테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난처한 상황’〓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미 언론은 빈 라덴이 살아 있을 경우 테러와의 전쟁을 이라크로 확대하려는 부시 행정부가 난처한 상황에 놓일 것으로 전망했다.

빈 라덴과 알 카에다 조직을 색출해 추가 테러를 예방하는 것과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파기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시급한지를 놓고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9·11 테러 직후 “빈 라덴을 생사를 불문하고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공언했다가 그를 잡지 못하자 테러와의 전쟁 목표를 슬그머니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제거 쪽으로 돌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라크와의 공방은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가 13일 유엔의 무기사찰을 전격 수용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당분간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면서 조용히 전쟁 준비를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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