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大이후 중국의 선택]<상>공산당 변혁 바람

  • 입력 2002년 11월 14일 17시 53분


중국 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 폐막일인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모인 대표들이 역사적인 당 헌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일제히 손을 올려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베이징AP연합
중국 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 폐막일인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모인 대표들이 역사적인 당 헌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일제히 손을 올려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베이징AP연합
중국 공산당의 21세기 첫 전당대회인 제16차 전국대표대회(16대)는 당사(黨史)에 길이 남을 역사적 회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노동자와 농민 등 무산계급의 이익을 대변해 온 ‘혁명당’에서 착취계급인 자본가까지 포용하는 ‘국민정당’으로의 탈각(脫殼)을 내외에 선언했기 때문이다.

창당 후 81년간 당 헌법(당장·黨章)의 앞머리를 장식해 온 ‘중국 공산당은 중국 노동자 계급의 선봉대’라는 이념적 표현은 16대를 계기로 공식 폐기됐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명운이 걸린 도박일 수도 있다. 자본가를 포용하려다 자칫 최후 보루인 노동자와 농민의 지지를 잃을 수 있기 때문. 공산당이 정체성을 잃고 표류할 경우 톈안먼(天安門) 사태와 같은 정치적 혼란을 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변화의 원동력 ‘3개 대표론’〓중국 공산당은 앞으로 ‘홍색 자본가(red capitalist)’로 통칭되는 민간 기업인들에 의해 질적 변신이 이뤄질 것이 분명하다.

변화의 원동력은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3개 대표론’이 제공하고 있다. 공산당이 △선진사회 생산력(사영기업가) △선진문화 발전(지식인) △광대한 인민(노동자와 농민)의 근본이익을 대표해야 한다는 그의 이론은 혁명적 함의를 담고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자본가의 해방을 경제 분야에 국한시켰다면 3개 대표론은 이를 정치 영역으로까지 넓혔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사유재산권 인정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고 필연적으로 정치체제의 개혁 욕구로 분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본계급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정당성 인정은 20여년의 개혁·개방으로 초래된 빈부·지역 격차를 확대함으로써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더욱 부추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공산당은 여전히 공산당의 계급적 기초인 노동자와 농민을 달래기 위한 ‘안전판’도 마련했다. 홍색자본가의 입당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지역간 계층간 분배 문제에 적극 대처하며 ‘부정 부패와의 전쟁’에 당의 사활을 걸겠다는 것이다.

▽다원주의 정치 태동할 것인가〓중국 공산당은 3개 대표론이 서구식 다당주의 정치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아니라고 경계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이론은 덩샤오핑의 ‘1개 중심, 2개 기본점’ 이론과 사실상 결별한 것을 의미한다. 경제발전이라는 1개 중심을 위해 개혁 개방과 △마르크스 레닌주의와 마오쩌둥(毛澤東)사상 견지 △사회주의노선 견지 △인민민주독재의 견지 △공산당 영도 견지 등 ‘4항 원칙’을 2개 기본점으로 해야 한다는 것.

3개 대표론은 이 가운데 4항 원칙을 폐기했다. 이는 덩이 내세운 ‘이념’과 ‘경제발전’의 두 마리 고양이 중 ‘쥐를 잘 잡는 한 마리 고양이만 선택하겠다’는 뜻을 명백히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3개 대표론은 1989년 좌절된 톈안먼 사태의 정치개혁 노선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장 주석이 정치보고에서 밝힌 대로 ‘선거제도의 개혁’ 작업이 뒤를 이을 수 있다. 이는 자본가 계급, 중산층의 세력 확대와 당내 민주화 세력의 대두는 물론 다원주의 정치세력의 탄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당 기간 공산당의 권력 독점과 정치 다원화 요소가 기형적으로 공존하는 과도기적 현상이 중국 정치를 지배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제16기 1중전회서 정치국원 선출▼

중국 공산당 전당대회인 전국대표대회가 5년에 한번씩 개최된다면 당의 정책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는 1년에 한번씩 전체회의(중전회·中全會)를 연다. 16대에서 처음 열리는 회의가 제16기 1차 중앙위 전체회의(16기 1중전회)이다. 중앙위원회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국원과 정치국 상무위원을 선출하는 것이다.

▼중앙위원 명단 살펴보니…▼

제16차 전국대표대회는 14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일주일간의 회의를 끝내고 폐막하면서 21세기 중국 공산당을 이끌 지도부를 새 인물로 대거 교체했다. 이 대회를 끝으로 현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4세대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부주석만이 중앙위원에 선출됐고, 15대 중앙위원의 3분의 2가 교체됨으로써 중국 지도부는 세대교체를 완료했다.

예상했던 대로 후진타오와 함께 차세대 지도부의 ‘3두 마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 원자바오(溫家寶) 부총리와 쩡칭훙(曾慶紅) 전 당 조직부장이 중앙위원에 선출됐다. 또 상하이방(上海幇)의 핵심 인물인 우방궈(吳邦國) 부총리, 황쥐(黃菊) 전 상하이시 당서기, 자칭린(賈慶林) 전 베이징시 당서기 등도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진출의 전 단계인 중앙위원 명단에 포함됐다. 보수파의 교두보로 불리는 뤄간(羅幹) 당 중앙정법위 서기도 당선됐다.

지방 성(省) 시(市)에서는 한때 유력한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로 꼽혔던 리창춘(李長春) 광둥(廣東)성 당서기와 우관정(吳官正) 산둥(山東)성 당서기가 중앙위원에 재선됐다. 태자당인 보시라이(薄熙來) 랴오닝(遼寧)성 당서기, 시진핑(習近平) 저장(浙江)성 대리성장, 위정성(兪正聲) 후베이(湖北)성 당서기, 허궈창(賀國强) 신임 당 조직부장 등도 중앙위원 자리를 확보했다.

5세대 선두주자들인 류윈산(劉雲山) 당 선전부장과 쑹더푸(宋德福) 푸젠(福建)성 당서기, 리커창(李克强) 허난(河南)성 성장 등도 중앙위원 명단에 포함됐다. 후진타오 계열로 분류되는 이들은 앞으로 중국 당정에서 요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군부 인사로는 차오강촨(曹剛川) 총장비부장과 궈보슝(郭伯雄) 총참모부 부참모장, 스윈성(石雲生) 해군 사령원, 양궈량(楊國梁) 제2포병 사령원과 쑤이밍타이(隋明太) 제2포병 정치위원, 량광례(梁光烈) 난징(南京)군구 사령원, 첸궈량(錢國梁) 선양(瀋陽)군구 사령원 등이 포함됐다.

조선족으로는 이덕수(李德洙) 당 통일전선공작부 부부장이 13대부터 연속 4회 중앙위원으로 선출됐다. 새로 선출된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의 20% 이상이 50대 미만이어서 당의 연경화(年輕化)가 실현됐다. 전체 중앙위원의 평균 연령은 55.4세였다. 전문대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는 98.6%를 차지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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