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11개월 동안 미 최대 금융회사 시티그룹의 샌포드 웨일 공동회장은 함께 공동회장이던 존 리드를 밀어내고 회장이 됐고, 그루브먼씨의 쌍둥이 자녀는 명문 보육원에 입학했다.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사건들은 모두 얽혀 있었다. 14일 공개된 그루브먼씨의 지난해 1월 e메일에 따르면 그는 “나와 웨일 회장이 원하는 걸 다 얻은 뒤 나는 AT&T에 대한 투자등급을 환원시켰다”고 썼다.
AT&T의 회장인 마이클 암스트롱은 시티그룹의 이사. 경영권을 독차지하기 위해 그의 지지가 필요했던 웨일 회장은 그루브먼씨에게 AT&T 투자등급을 올릴 것을 요구했다. 그 대가로 그루브먼씨는 웨일 회장에게 ‘92번가 Y’라는 이름의 사립 보육원(92nd Y Nursery School)에 자녀를 입학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미국인의 윤리감정을 자극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 보육원(2∼5세)은 뉴욕에서 가장 좋은 6곳 중 하나. 좋은 보육원은 트리니티와 같은 좋은 사립학교, 좋은 사립학교는 하버드대와 같은 명문 아이비리그에 들어가는 지름길. 경쟁은 2세부터 시작되고 공정성은 2세부터 무너진다.
유대인이 자식들을 가르치기 위해 1874년 설립, 128년의 역사를 지닌 이 보육원의 한해 학비는 1600만원가량. 상류층이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지원자가 많아서 하버드대에 입학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월스트리트저널 14일자). 입학절차는 두 단계. 9월 둘째주 월요일 오전 9시부터 전화로 신청을 받는데 선착순 300명이다. 그 다음 이들을 상대로 입학사정을 벌여 최종 65명을 선발한다.
웨일 회장은 원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어 시티그룹이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뉴욕타임스는 15일 “다른 곳에서 유력자의 청탁을 거부한 원장이 해고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보육원 앞에서 뉴욕타임스의 취재에 응한 한 학무보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