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정치인 예술가 과학자 등 영향력 있는 업적을 남긴 인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례분석 끝에 내놓은 파격적인 답이다.
FT 조사에 따르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아메리카나 백과사전에 한 줄 이상 언급된 600명의 유명 인사 중 약 3분의 1이 일찍 아버지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49명의 역대 총리 중 35%, 40명의 역대 미국 대통령 중 34%가 여기에 해당됐다.
이름난 기업가의 30%가량이 15세 이전에 아버지를 잃었다. 전체 인구에서 15세 이전에 아버지를 잃는 비율(8%)의 4배나 된다.
예술가도 마찬가지. 윌리엄 워즈워스 등 유명 영국작가나 스탕달 등 프랑스 작가의 절반가량이 이에 해당한다.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등 기념비적 업적을 남긴 과학자도 아버지를 일찍 잃었다. 유명한 독재자들도 거의 대부분이 일찍부터 아버지 없이 자랐다. 아돌프 히틀러, 이오시프 스탈린,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등이 그 예.
FT는 “아버지를 일찍 여읜 소년들은 든든한 아버지가 없다는 상실감,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다는 죄책감을 무의식중에 겪는다”며 “이것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하려는 열망을 강화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범죄자의 32%가량, 우울증 환자의 27%가량도 15세 이전에 아버지를 여읜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아버지 없는 아이가 범죄자가 되느냐, 천재가 되느냐의 차이는 대부분 어머니의 역할에서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천재들은 침착하고, 철저하며, 엄하고, 강한 어머니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