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들은 또 과거 공산권 7개국을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역사적인 확대 방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7개국이 공식 가입하는 2004년 NATO 회원국 수는 26개국으로 늘어나게 됐다. 미국이 유럽 회원국에 요청한 2만명 규모의 신속배치군 창설 방안도 승인했다.
이날의 결정들은 NATO의 근본성격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 유럽 방위력의 근간인 NATO가 양과 질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이룸으로써 유럽의 안보 역학구도도 다시 짜이게 됐다.
▽이라크 결의〓정상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이라크가 주어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유엔 결의는 이라크가 무장해제 의무를 이행할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성명은 이어 “우리는 안보리가 이라크에 대해 의무를 계속 위반할 경우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을 경고한 점을 환기시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성명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유엔 결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군사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점은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 당국자는 성명 내용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이번 성명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관철하려는 NATO의 굳은 결의를 보여주는 실례”라고 말했다.
▽동서 전선의 소멸〓조지 로버트슨 NATO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 개막과 함께 신규 회원국 명단을 제출했고 정상들은 만장일치의 박수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99년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3개국에 이어 7개국의 가입으로 NATO의 권역은 러시아의 코밑까지 동진(東進)하게 됐다. 러시아는 당초 자국 서쪽 국경까지 NATO가 영역을 확대하는 데 반대했으나 NATO와 협력관계를 맺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었다. 이번 회의는 서유럽부터 러시아까지 NATO라는 하나의 우산 아래 들어감으로써 유럽을 갈랐던 동서 전선의 소멸을 공식 선언한 셈이다.
▽‘새로운 적(敵)’〓동서 대치 구도가 소멸된 마당에 49년 공산권의 위협에 맞서 창설된 NATO가 존립할 필요가 있느냐는 NATO 무용론(無用論)이 제기됐다. 그래서 미국과 NATO의 유럽회원국이 함께 찾아낸 새로운 적이 테러집단과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불량국가’들이다. 이날 정상들이 유럽과 북미에 국한된 기존의 NATO 권역에 구애받지 않는 신속배치군 창설을 승인한 것은 ‘새로운 적’을 겨냥하고 있다. NATO가 이날 강력한 대 이라크 성명을 채택함으로써 첫 번째 ‘새로운 적’은 이라크가 될 공산이 커졌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