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실 9·11테러 연루 의혹”

  • 입력 2002년 11월 24일 18시 56분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9·11 테러범들에게 자금을 지원했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돼 이라크 공격을 앞두고 미국과 사우디 사이에 벌어진 신경전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23일 주미 사우디대사인 반다르 빈 술탄 왕자의 부인인 하이파 알 파이잘 왕자비 계좌의 돈이 9·11 테러 당시 미 국방부에 타격을 가한 여객기 납치범 2명에게 간접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알 파이잘 왕자비는 고 파이잘 국왕의 딸이다.》

뉴스위크는 이 같은 사실이 9·11 테러에 대한 정부의 사후 처리를 조사한 미 상하원 합동위원회의 보고서 초안에 담겨있다고 전했다. 합동위원회는 미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에 대해 테러범과 사우디의 연계 가능성을 집중 조사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고 뉴스위크는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알 파이잘 왕자비의 계좌에 든 돈이 4년 전부터 사우디 출신 미국 유학생인 오마르 알 바요미의 계좌로 이체됐으며 이 가운데 매월 3500달러씩이 2000년 초부터 2001년 7월까지 9·11 테러범인 칼리드 알미드하와 나와프 알하즈미 등 2명에게 전달됐다.

또 다른 유학생 오사마 바스난을 통해서 테러조직 알카에다에도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도 샌디에이고에 살다가 지난해 미국을 떠난 알 바요미는 2명의 테러범이 미국에 입국하자 환영파티까지 열어줬으며 이웃 주민들은 그가 테러조직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했다고 23일 보도했다.

그러나 사우디 왕세자의 외교자문인 압델 알 주베이르는 왕실과 테러범들과의 연계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자선활동에 관심이 컸던 알 파이잘 왕자비는 도와달라는 편지를 받으면 누구에게나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알 바요미와 바스난에 대한 지원도 이 같은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알 바요미의 경우 알 파이잘 왕자비의 지원 대상자 명단에 없었으나 그의 부인으로 추정되는 마그나 이브라힘 아흐메드에게 돈이 전달됐으며 바스난의 경우 부인의 의료비를 간청하는 편지를 써 왔다는 것.

한편 대니얼 바틀렛 백악관 공보국장은 “정부가 9·11 테러범과 사우디의 연계 가능성을 간과했다는 의회의 비판은 상황의 복잡성을 무시한 견해”라고 주장하고 법무부가 연계 의혹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합동위원회 보고서 초안이 사우디 왕실의 테러범 지원 의혹을 담은 것은 지난해 9·11 테러범 19명 가운데 15명이 사우디 출신인 것으로 드러난 후 미국 내의 반(反)사우디 감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알 파이잘 사우디 외무장관도 이 달 초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기지와 영공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혀 양국간 갈등이 진정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최근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

2001년 9월미 중앙정보국(CIA), 반다르 빈 술탄 사우디 왕자(주미 대사)에게 9·11 테러범 다수가 사우디인이라고 통고

2001년 10월사우디 정부가 9·11 테러범들에게 정식 여권 발부했다는 사실이 언론 통해 밝혀짐

2001년 11월사우디 왕족 등의 자금이 암암리에 알 카에다로 전달됐다는 사실이 밝혀짐

2002년 8월9·11 테러 희생자 유족 600여명, 사우디 정부가 알 카에다를 지원했다며 1조달러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

2002년 8월미국 내 사우디 자금 수천억달러가 미국에서 빠져나온다는 보도

2002년 8월영국 선데이타임스, 사우디 왕족이 알 카에다가 사우디 공격 않는 대가로 2억파운드(약 4000억원) 제공했다고 보도

2002년 11월알 파이잘 사우디 외무장관, 미국이 이라크 공격할 경우 기지와 영공 제공 않겠다고 밝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