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보안관’ 스피처 뉴욕주 검찰총장…美민주당 새 기수

  • 입력 2002년 11월 27일 18시 07분


경제침체기에 치러진 선거에서는 여당보다 야당이 유리하다는 게 정설. 그러나 6일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공화당에 상하 양원을 모두 내주며 참패했다.

시사주간지 뉴리퍼블릭은 12월2일자 커버스토리에서 민주당의 패인과 진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로 ‘월가의 청소부’ 엘리엇 스피처 뉴욕주 검찰총장(43)을 꼽았다.

98년 첫 선거에서 아슬아슬하게 당선됐던 스피처 총장은 6일 중간선거에서 250만표를 거머쥐며 66%의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는 주지사에 재선된 공화당의 조지 파타키보다도 50만표 이상을 더 얻었다.

기업 회계부정 스캔들에서 반사이익을 본 유일한 민주당 후보였다는 평가(뉴욕타임스)다. 민주당과 그에게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민주당 역시 회계부정의 원인이 공화당과 기업들의 유착관계에 있다고 맹공하면서 경제 이슈를 부각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선거 전 실시된 여론조사(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최근 주식투자에서 손해를 많이 본 응답자들은 기업 부정을 해결할 수 있는 정당으로 민주당보다 공화당을 6%포인트 이상 더 꼽았다.

뉴리퍼블릭은 유권자의 3분의 2가 이미 어떤 형태로든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민주당식 기업개혁이 기업에 타격을 미치고 이에 따라 주가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반면 스피처 총장은 엔론사태 이후 잇따라 터져 나온 회계부정 스캔들에 대해 반(反) 기업주의가 아니라 마치 예리한 외과의사처럼 환부(患部)만 정확히 도려내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신뢰를 사고 있다는 것.

그는 99년 당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이던 잭 웰치가 회장으로 있던 세계 최대 기업 제너럴 일렉트릭(GE)을 상대로 1940년대 GE의 두 공장이 방출해 허드슨강 바닥에 쌓여 있는 오염물질 폴리염화비페닐(PCB)을 제거하라는 소송을 냈다. 보통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요구하는 관행과는 달리 그는 청소비용만을 요구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으로 결국 승리했다.

지난해 7월 미 최대 증권회사 메릴린치가 50만달러의 투자 손실을 보전하라며 자사를 상대로 제소한 투자자에게 40만달러를 주고 합의하자 그는 메릴린치가 뭔가를 숨기려 한다는 데 번개처럼 생각이 미쳤다. 손실의 80%까지 보전해 준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기 때문.

그는 메릴린치의 e메일 3만통을 압수한 결과 애널리스트들이 내부에서는 ‘쓰레기’로 부르는 주식을 사라고 투자자들에게 권유한 사실을 밝혀냈다.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던 메릴린치는 결국 투자 오인사실을 인정, 합의금 1억달러를 납부했다. 그는 수사를 확대, 세계 최대 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을 비롯한 월가 금융회사들과 모두 10억달러를 받아내기 위해 협상 중이다.

‘월가의 악동’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는 그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이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되찾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로부터 회수한 돈을 실패한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데는 “내가 로빈후드는 아니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중에 영합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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