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무기 개발〓지난해 말 미국에서 ‘공포의 백색가루’ 탄저균 소동 후 생물테러 대비법이 통과됐다. 이 법은 42개의 주요 위험포자를 특별 관리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국제전략연구소 테렌스 테일러 소장은 “현재의 생물·유전공학 기술은 전혀 다른 유전체를 조합해서도 위험포자를 만들 수 있으므로 ‘위험포자 리스트’는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생물학무기의 원료는 본래 쓰임새가 다양해 ‘악한 의도’를 가려내기 어려우며 쉽게 위장 보관할 수 있다. 98년 이라크 사찰 당시 유엔 사찰팀은 생물학무기 개발 기관으로 보이는 연구소를 상당 부분 폐쇄했지만 이라크는 연구소를 이동식으로 만들거나 민가로 위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휴대용 병원균 탐지기, 원거리 미생물 탐지기 등의 첨단 장비가 개발될 전망.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이 장비로 뭔가를 찾아낸다 해도 이것이 무기 용도인지를 밝히려면 결국 이라크 과학자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사후 조치도 속수무책〓생물학 공격은 발생 즉시 그 사실을 알 수 없다. 발견하려면 일단 어느 정도 감염자가 생겨야 한다. 이것이 테러에 의한 것인지 바로 파악하기도 힘들다.
미국 정부는 공기 물 등을 모니터링하고 특정 징후를 보이는 환자 수, 전염성 질병에 대한 치료제 판매량, 특이한 곡물이나 가축 증상 등을 점검하는 조기경보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 시스템은 CDC가 11억달러의 예산을 배정받아 구축하고 있는 ‘보건 조기경보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전국 약국의 재고 상황이 한눈에 들어와 긴급 상황이 생겼을 때 항생제나 백신이 미국 어디라도 12시간 안에 공급되도록 할 방침.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먼저 징후를 감지해야 할 지역보건소나 병원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지역의료기관을 지원하지 않으면 재난방지 네트워크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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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