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지역개발 지원에 힘을 쏟고 있는 신찬수씨(63·사진)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국제협력단이 40개국에 파견한 387명의 봉사단원 가운데 최연장자다.
그는 농촌진흥원 등에서 31년간 일하다 98년 퇴직했다. 그는 일찍부터 협력단의 존재를 알았지만 봉사단원이 되는 꿈을 접었다. 만 40세 이하라는 연령 제한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만 61세 이하로 규정이 완화되자 단원 시험에 응시, 합격했다. 호적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두 살 적어 득을 보았다.
지난해 경기 이천시에서 있은 두 달간 국내 훈련 기간에는 매일 새벽 영어공부를 하고 막내아들뻘 되는 ‘동기생’들과 8㎞ 구보도 거뜬히 해냈다. 지난해 11월 필리핀 일로일로주로 파견된 후 벽촌인 바로탁 누에보, 바나체 등 4개 마을의 개발 지원을 맡게 됐다.
“우선 오디오 기기와 스피커를 사서 나뭇가지에 올렸습니다. 마을 방송이 가능해지니까 아침에 음악을 틀어줄 수도 있고 주민회의도 열 수 있게 되더군요.”
그리고 그는 새마을 기를 내걸고 자신의 생활비를 아껴 인근 일로일로 수산대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었다. 이는 현지 신문에도 보도됐다.
그는 현재 세 가지 일을 추진 중이다. 바로탁 누에보 주민들을 위해 깊이 110m짜리 우물을 파고 있다. 주민들은 1.5㎞나 떨어진 곳에서 물을 길어오고 있다. 우물이 생기면 저수가 가능해져 현재 1모작에서 2모작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그는 2개 마을에 공동목욕탕을 세우고 다른 한 마을에는 전기를 끌어오는 일을 추진 중이다. 그는 “24일까지 모든 일을 마무리지어 크리스마스 선물로 선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워낙 벽촌이라 휴대전화 벨이 울리면 땡볕에 통화가능지역을 찾아 뛰어다녀야 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시절 고향인 전북 부안에 봉사활동 나온 미국인을 보며 언젠가 우리도 세계를 위해 봉사할 날이 찾아왔으면 하고 바랐다”며 “이제 한국은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국가로 탈바꿈한 세계 유일의 국가가 됐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일로일로시티〓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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