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실태 보고서 제출 몸 낮춘 후세인…'공'은 美로

  • 동아일보
  • 입력 2002년 12월 8일 18시 55분



이라크가 7일 유엔에 전달하기 전 현지 취재진에 공개한 보고서와 관련 CD들. -바그다드AP연합

이라크가 작성한 1만20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대량살상무기(WMD) 실태보고서가 유엔에 건네졌다. 이 보고서와 함께 이라크의 운명도 유엔과 미국의 손으로 넘어갔다. 표면적으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무기사찰단이 보고서의 진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개전(開戰)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최후의 선택은 역시 미국에 달려 있다.
▽이라크, ‘소나기 피하고 보자’〓보고서의 내용은 아직 안보리 상임이사국에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보고서를 작성한 이라크의 호삼 모하메드 아민 국가사찰위원회 의장은 “과거 WMD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준 나라와 회사까지 적어냈다”며 “거짓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보고서 제출에 맞춰 이라크는 쿠웨이트 침공을 12년 만에 공식 사과했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공보장관을 시켜 읽어내린 사과 연설문은 이라크의 절박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시각각 압박해 오는 미국에 공격 구실을 주지 않고 러시아 아랍권 등 우호적인 국가에 공격 반대 명분을 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풀어야 할 의혹들〓 보고서는 1998년 이라크측의 반대로 대통령궁 사찰을 할 수 없게 된 뒤 유엔 사찰단이 이라크를 떠난 후 제기된 의혹에 대한 답변을 줘야 한다. 이 답변 역시 앞으로 강도 높게 이뤄질 사찰단의 조사결과와 들어맞아야 한다.
그래야 미국에 구실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유엔 감시사찰검증위원회(UNMOVIC)는 “보고서에 의혹을 풀어줄 ‘도로지도(roadmap)’가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 대대적인 ‘진위(眞僞) 사찰’을 벌일 뜻을 내비쳤다.


외신들이 제기한 의혹은 △탄저균의 양산 및 폐기여부 △겨자가스를 채워 쏠 수 있는 대공포탄 550발의 행방 △폐기한 장거리 미사일 50기의 잔해 행방 등이다. 리처드 버틀러 전 사찰단장은 이라크가 치명적인 식중독균인 보툴리누스균 등 생화학무기를 개발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생화학 무기와 별도로 핵폭탄제조에 쓰이는 수천파운드의 우라늄을 들여왔다는 의혹도 해명이 필요하다.
▽미국 안팎의 변수〓후세인 축출은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대(對)테러전의 핵심 공약. 그러나 ‘저자세’로 돌아선 후세인을 계속 압박해 상당한 실익을 거둔 뒤에도 이라크를 공격할지는 미지수다. 침체 기미가 완연한 미 경제에 천문학적인 전쟁비용이 우선 큰 부담인 데다가, 전후(戰後) 처리가 잘못될 경우 2004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부시 대통령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 이라크 보고서
△ 총 1만1807쪽
(생화학무기 관련 357쪽)
△ 보충문건 325쪽
△ CD롬 1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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