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산업으로 인디언 자립? 꿈깨!

  • 입력 2002년 12월 9일 17시 56분


미국 원주민 인디언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도입한 도박사업이 당초 목적과는 달리 일부 인디언과 백인들의 배를 불리는 데 악용되고 있다고 타임 최신호(16일자)가 보도했다.

미 의회는 1988년 인디언 보호구역 또는 인디언 소유의 땅에 도박시설을 설치하도록 허용하는 인디언 도박사업법을 통과시켰다. 도박사업이 인디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도울 경우 인디언들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 결과 인디언 도박사업은 지난해에 만 28개주에서 최소 127억달러(약 15조2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산업으로 성장했다. 50억달러(약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수익금 만 해도 경제잡지 포천이 집계한 미국 20대 수익기업 안에 들 정도의 규모다.

그러나 수요가 많은 소위 ‘목 좋은’ 지역에 있거나 백인들의 자금 지원을 받아 장비와 규모가 뛰어난 일부 시설에만 수익이 집중되고, 나머지는 파산 직전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타임은 전했다.

지난해에는 전체 시설의 13%에 불과한 39개 도박장이 전체 매출의 66%인 84억달러(약 10조800억원)를 벌어들였다.

캘리포니아나 코네티컷, 플로리다주에는 전체 인디언 인구의 3%밖에 살고 있지 않지만 전체 매출의 44%가 이 지역에 집중됐다. 이 지역 인디언 1인당 평균 수입은 연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

반면 인디언 인구의 절반이 사는 몬태나, 오클라호마 등 5개 주의 매출은 전체의 3%로, 1인당 평균 수입이 연 400달러(약 48만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일부 백인들도 앞다퉈 인디언 도박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외부 투자자들은 일정 기간 수입의 40% 이상을 챙기지 못하게 돼 있지만 이 같은 규정이 무시된 지 오래. 인디언-백인간 계약의 90%가 비밀리에 이뤄져 규제도 쉽지 않다. 인디언 도박 재벌들은 각종 편법을 통해 부를 독점하고 있지만 이를 바로잡을 감독기관은 막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타임은 지적했다. 국립 인디언도박사업위원회(NIGC)는 계속되는 인디언들의 민원에도 불구하고 지난 14년간 한번도 탈법 행위를 적발한 실적이 없다.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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