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외환시장이 미국의 신임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존 스노 CSX회장을 주시하고 있다. 퇴임한 폴 오닐 전 재무장관과 마찬가지로 ‘약(弱)달러를 선호하는’ 재계 출신이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업체인 알코아를 경영했던 오닐 전 장관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유지해온 강달러 정책에 손을 대진 않았지만 달러화 가치하락을 적극 방어하진 않았다.
▽관망하는 국제환율시장〓달러화는 올해 들어 엔화에 대해선 6.8%, 유럽의 유로화에 대해선 13%나 가치가 떨어졌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스노 회장을 재무장관으로 지명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9일 미 달러화는 가치가 더 떨어져 122.71엔에 거래됐다. 전주 말 뉴욕시장에서는 달러당 123.58엔에 거래됐었다.
달러 하락세는 경제팀 경질이 환율정책의 실패탓이 아니라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10일 관망세로 돌아섰다.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 일본 재무상 등 일본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스노 지명자가 ‘첫 입을 뗄 때까지’ 시장은 불안한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 정책팀의 ‘색깔’〓전통적으로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전문가 출신 재무장관들은 강달러를 추구하고 제조업체 경영자 출신 재무장관들은 약달러를 선호해 왔다. 강달러가 주식 채권 등 미 투자자산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반면 약달러는 제조업체의 수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 9일 달러가 하락세를 보인 것은 오닐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스노 지명자도 이 같은 제조업계의 강달러 포기요구를 외면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 탓이었다.
그러나 스노 회장과 함께 월가의 신망이 두터운 스티븐 프리드먼 전 골드만 삭스 회장이 경제보좌관으로 지명된 만큼 이 같은 ‘정책 편중’이 심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달러화의 미래〓하반기 들어 미 주식시장은 연이은 하락세로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달러화 가치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일본 및 유럽 경제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국제투자자들이 달러표시 자산을 찾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라크 때리기’가 결국 전쟁으로 이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국제유가가 치솟을 가능성이 높고 단기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1991년 걸프전 때도 유가상승은 미 경기침체 우려를 키워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물론 전쟁이 미국측 의도대로 단기전으로 끝나면 달러화 가치는 금세 제 위치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가장 큰 변수는 스노-프리드먼 경제팀의 경기활성화 정책 성공 여부다. 재무장관 교체에는 재정적자 확대를 무릅쓴 추가 경기진작책을 펴는 데 실기(失機)했다는 평가가 한몫을 했다. 감세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경기진작책이 효과를 빨리 낼수록 미 경제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달러화 가치는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